원작의 흥행은 속편의 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기에 힘입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원작은 기존 팬층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쉽게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원작의 완성도가 높을수록 속편은 상업적 기준이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를 불식시키며 전작을 뛰어넘어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도 있다. 이 경우 보통은 원작의 설정을 존중하면서도 확장된 세계관을 구현하고 기존 등장인물의 성장에 따른 감정적 깊이와 주제의식을 심도 있게 다루며 풍부한 서사를 이어감으로써 기존 팬층과 새로운 관객층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성숙한 작품을 선보인다. 진보된 기술을 적극 활용한 원작을 능가하는 시각적 효과도 속편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경우 '탑건: 매버릭(2022)', '어벤저스: 엔드게임(2019)', '다크 나이트(2008)',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1991)', '대부 2(1978)'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게임에서는 모든 면에서 전작을 능가했을 뿐 아니라 장르를 넘어 문화적 영향력을 보여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1988)'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높은 완성도와 함께 전 세계적인 흥행을 달성한 전작들로 인해 개발진들은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렸다고 전해진다.
일본을 대표하는 콘텐츠 중 하나인 만화 '드래곤볼(1984~1995)'의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1955~2024)는 연재를 조기에 종료하고자 했으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결국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작품을 연재하게 됐고 이후 원작을 바탕으로 2개의 TV판 애니메이션이 제작됐다. 그중 속편으로 원작 최종화까지의 내용을 담은 '드래곤볼 Z(1989~1996)'는 이것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생각에 따라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인 'Z'를 작품의 제목에 표기했으나 전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피아노 소나타와 교향곡에서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경지를 넘어서는 것은 후대 작곡가들에게 직면한 최대의 난제 중 하나였다.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가 세 곡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제19번: D.958, 제20번: D.959, 제21번: D.960)만 세상에 알려지길 원했던 이유와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가 교향곡 제1번(in c minor, Op. 68)을 발표하기까지 무려 20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까닭은 이 분야의 선구자로서 베토벤의 그늘이 너무도 크고 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베르트와 브람스는 그들의 작품에 진정한 자아를 투영했고 전작의 가치와 구분되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영화, 게임, 만화, 음악처럼 과거 일상 속에서 경험했던 콘텐츠가 개인화를 거치게 되면 그 자체로 특별한 추억이 된다. 이에 따라 기억의 가치 보존과 변질을 막기 위해 확장된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거나 당시 느꼈던 감정을 미화하려는 경향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가득한 미지의 영역을 어떤 이유에서건 또다시 탐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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