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 여친 살해한 30대男…'스토킹 신고에 신변보호까지 받았는데도 참변'(종합)

피의자, 스토킹 범죄 가해자 교정 프로그램까지 이수하고 범행
"고소 취하 요청을 위해 찾아갔다가 거절 당해 홧김에 범행" 진술
경찰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검토 중"

구미경찰서 전경. 구미경찰서 제공
구미경찰서 전경. 구미경찰서 제공

경북 구미에서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한 혐의로 접근금지 조치까지 받은 30대 남성이 이를 어기고 전 연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살인 피의자인 이 남성을 붙잡아 조사 중이 경찰은 조만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10일 경북 구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헤어진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30대 남성 A(34)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범행 후 A씨는 직접 경찰(112)에 신고(자수)해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8일 낮 12시 6분쯤 구미시 임은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전 연인 B(36) 씨와 B씨의 모친 C(60)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가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일로 중상을 입은 모친 C씨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연인 관계였던 A씨와 B씨는 올해 초 교제를 시작했다가 사이가 나빠지면서 약 4개월 만에 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A씨는 헤어지고 얼마 후 지난 7월부터 이달 1일까지 B씨의 거주지와 직장 등을 찾아가고, 잦은 연락을 통해 만남을 시도했다. 이 기간 B씨는 전 연인 A씨를 '스토킹'으로 7월과 8월, 11월에 총 3차례 경찰에 신고했다.

전 연인의 거절에도 계속해 만남을 요구한 A씨는 지난 7월 B씨의 신고로 처음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이유로 B씨를 괴롭히던 A씨는 8월 초 또다시 신고를 당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전문 상담 기관이 운영하는 교정 프로그램을 받도록 초치했고, B씨는 9월 초까지 매주 1회씩 총 5차례의 교육을 마쳤다.

당시 스토킹 범죄 가해자로 A씨를 상담한 전문 기관은 '개선의지가 있고, 스토킹 재범 위험성이 낮다'고 보고 재발 위험 수준 단계 중 가장 낮은 단계를 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A씨는 이달 1일 B씨와의 직접적인 만남까지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날 B씨는 피의자가 직장 등을 찾아온 흔적을 발견하고 세번째 스토킹 신고를 했다.

이후 B씨는 사건 발생 엿새 전부터 경찰로부터 스토킹 피해자 보호 장비(미니 폐쇄회로(CC)TV, 스마트 초인종, 문 열림 센서) 등을 지원 받고, 피해자 집 주변 집중순찰 등 안전 조치를 받고 있었다.

또 사건 이틀 전 법원은 A씨에게 피해자 주거지 100m 이내 접근금지 및 통신 금지 등의 잠정 조치 결정까지 내렸다. 접근금지 위반을 하고 결국 살인까지 저지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스토킹 고소를 취하하기 위해 만나달라고 요청했지만, B씨가 합의를 해주지 않아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신상정보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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