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염색산단 악취 집회' 대신 동네 아파트 잔치 찾은 대구 서구 시‧구의원들

서구 주민 230명 모여 '악취 문제 해결 집회'
지역 최대 현안 다뤘지만 시·구의원들은 무관심
근처 아파트 축제 향한 사실 알려지자 비판여론 커져
"몰랐다" "초대 없었다" "참가 부적절하다" 불참 사유 제각각

지난 주말 대구 서구에서 염색산단의 악취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주민 집회가 열린 가운데 서구의 시‧구의원 일부가 같은 시각 인근 아파트 단지의 축제현장을 찾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왼쪽부터) 김한태 서구의원, 김대현 대구시의원, 백일권 서구의원 등이 9일 오후
지난 주말 대구 서구에서 염색산단의 악취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주민 집회가 열린 가운데 서구의 시‧구의원 일부가 같은 시각 인근 아파트 단지의 축제현장을 찾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왼쪽부터) 김한태 서구의원, 김대현 대구시의원, 백일권 서구의원 등이 9일 오후 '서대구화성파크드림 한마음 축제'에 마련된 체험부스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 독자 제공

지난 주말 대구 서구에서 염색산단의 악취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주민 집회가 열린 가운데 서구의 시‧구의원 일부가 같은 시각 인근 아파트 단지의 축제현장을 찾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서구의회 산하 악취저감대책특별위원회(이하 악취특위) 소속의원들마저 집회 현장 대신 축제장소로 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대구악취방지시민연대를 비롯한 서구 주민 23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구 평리동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앞에서 악취 문제 해결 집회를 열었다. 악취 피해가 지속되면서 그동안 수십명 수준이었던 집회 참가자 수도 처음으로 200명을 훌쩍 넘겼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집회 현장을 찾은 서구의원은 한 명 뿐. 그마저도 잠시 현장을 둘러본 뒤 자리를 뜨면서 주민들은 외롭게 구호를 외쳐야만 했다.

같은 시각 김대현 시의원(서구1)과 김한태‧백일권‧이동운 서구의원은 집회 현장에서 약 800m 떨어진 평리동 한 아파트 축제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동운 서구의원은 서구의회 악취특위 위원장, 김한태, 백일권 서구의원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원들은 주민들에게 한참 '눈도장'을 찍은 뒤에야 자리를 떠났다.

주민들은 이들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는 주민 A씨는 "무엇이 중요한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지역 최대 현안을 다루는 집회와 동네 축제가 같이 열린다면 어딜 찾는 게 맞을지 판단하지도 못하는 것이냐"며 "심지어 집회 장소와 축제가 열린 아파트 간 거리도 1㎞가 채 안되는데 잠깐 얼굴이라도 비췄다 갈 순 없었던 것인지 묻고싶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악취특위 위원장인 이동운 의원은 "사전에 주최 측으로부터 집회 목적과 방식 등을 전혀 공유받지도 못했고, 와달라는 요청도 들은 바 없다"며 "다음에는 사전에 소통해 함께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현 시의원은 "같은 당 같은 지역의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여는데, 그곳에 시‧구의원들이 참석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봤다"며 "다방면으로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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