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폐암, 조기 발견 후 수술해도 재발 가능성 높아

암 사망률 1위 폐암, 수술 후 보조요법 중요

폐암은 여느 호흡기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보니 발병가능성을 간과해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폐암을 앓고 있는 환자의 모습을 AI로 재현한 모습. Freepik.com 제공
폐암은 여느 호흡기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보니 발병가능성을 간과해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폐암을 앓고 있는 환자의 모습을 AI로 재현한 모습. Freepik.com 제공

암 진단을 받게 되면 '왜 이런 불행이 하필 나에게 찾아왔을까' 절망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대 수명인 83.6세까지 사는 동안 암 환자가 될 확률은 38.1%나 된다. 10명 중 4명이 암에 걸릴 만큼 암이 흔한 병이라는 말이다.

지금까지의 폐암에 대한 통계는 암울한 것이 사실이다. 폐암은 지난 2000년부터 우리나라 암 사망률 1위를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2023년 폐암으로 사망한 환자는 1만8천646명으로, 암으로 사망한 10명 가운데 2명 이상이 폐암 환자였다.

◆ 암 사망률 1위 폐암, 무증상 많아 검진 필수

폐암의 높은 사망률은 폐의 특성 때문이다. 보통 '침묵의 장기'라고 하면 간을 떠올리지만, 폐 역시 증상 없이 암을 키우는 장기다. 폐에는 통증을 느끼게 해주는 감각신경이 없어서, 초기는 물론 말기가 되어서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폐암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 나타나는 기침, 객혈, 가래, 흉통, 숨이 차는 증상 등은 다른 폐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들이라 '설마 폐암일까' 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그렇다보니 폐암 환자의 약 60%가 암이 상당히 진행된 3, 4기에 진단을 받는다. 이 가운데서도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된 4기에 진단받는 환자가 40% 이상이다. 폐는 주변에 모세혈관과 림프절이 많아 주위 조직이나 다른 장기로 쉽게 전이된다. 심지어는 뇌에까지 전이되는 경우도 있다.

박순효 계명대동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폐암의 90%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소세포폐암에 비해 자라는 속도가 느려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며 "완치를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무척 중요한데, 저선량 흉부CT가 현재까지의 임상 연구 결과 가장 유용하다"고 말했다.

Freepik.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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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GFR 변이가 원인인 비소세포폐암

폐암의 사망률을 높이는 또 다른 원인은 높은 재발률에 있다. 수술적 절제를 시행한 조기 폐암 환자라도 30~40%가 재발한다. 폐암 1기에서는 20%가 재발하고, 2기에서는 40%, 3기 이상에서는 70% 이상이 재발한다. 따라서 재발을 막기 위해 수술 후 보조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현재의 표준치료는 백금 기반의 세포독성 항암제 치료인데, 세포독성 항암제는 정상세포도 공격하다보니 백혈구 감소, 탈모, 설사 등 항암제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고, 치료 효과 또한 낮아 5년 이내 재발 또는 사망률이 1B기 약 45%, 2기 약 62%, 3기 약 76%로 알려져 있다.

박순효 교수는 "세포독성 항암제가 융단폭격기라면 표적치료제는 특성 암세포만을 공격하기 때문에 정밀 유도탄과 같다"고 말했다. 암세포만 골라 죽이니까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효과는 좋다.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유전자 돌연변이는 폐암을 일으키는 중요한 유전자 변이 중 하나인데 EGFR 변이가 원인인 폐암은 표적치료제의 한 종류인 EGFR 억제제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 EGFR 변이는 우리나라 비소세포폐암 가운데 가장 흔한 선암에서 주로 발견되고, 여성, 비흡연자, 한국을 비롯한 동양인에서 많이 나타나는 변이다.

EGFR 억제제는 현재 3세대까지 개발이 되었는데, 3세대 EGFR 억제제인 '오시머티닙'을 수술 후 경구 복용한 1B기~3기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무질병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위약군 대비 73% 줄었다. 또한 임상시험에서 수술 후 오시머티닙 복용 환자의 5년 생존율은 무려 88%로 나타났다.

◆수술 후 EGFR 억제제 복용 환자 5년 생존율 88%

현재 가장 주목받는 EGFR 억제제 중 하나가 '오시머티닙'이다. 폐암의 5년 생존률이 '1993년~1995년' 12.5%에서 '2017~2021년' 38.5%로 증가했지만, 아직도 주요 암 가운데 췌장암, 담낭 및 기타 담도암에 이어 5년 생존율이 세 번째로 낮은 암인 것을 고려해볼 때, 5년 생존율을 88%로 끌어올린 오시머티닙의 효과는 주목할 만하다.

FDA는 2020년 완치 목적의 완전 절제술을 받은 초기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보조 치료를 위한 혁신 치료제로 오시머티닙을 지정, 승인했고, 2021년에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 허가를 받아, 현재 수술 후 보조요법에 사용가능한 유일한 EGFR 억제제가 됐다.

박 교수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는 우리나라 폐암 환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변이인데, 오시머티닙은 이에 효과적으로 작용해 재발률은 낮추고 생존율은 끌어올린 경우라 향후 폐암 치료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폐암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도움말 박순효 계명대동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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