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소리소문 없이 찾아온다. 그렇게 찾아온 불청객이 소중한 사람을 앗아가거나, 인생을 온통 망가뜨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임용훈(43·가명) 씨의 이야기다. 어려운 형편에 배우자 조미연(43·가명) 씨와 갈등을 빚으며 이혼하게 됐지만, 지난해 용훈 씨가 간암 말기 진단을 받으며 미연 씨에게 다시 손을 벌려야 했다. 용훈 씨는 지난 10일 새벽, 간병하던 미연 씨 곁에서 세상을 떠났다. 두 아이와 함께 남겨진 미연 씨는 상주가 됐다.
◆육체노동 하며 생활고 시달려…부부 갈등으로 이혼
대구 중구에서 태어난 용훈 씨는 중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외동아들로 자랐다. 10대 시절을 큰 갈등 없이 보내던 용훈 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아버지를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잃었다. 홀로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는 식당을 정리하고 운문사 골짜기에 백숙집을 차렸다. 어머니 일터가 멀어지며 용훈 씨는 열아홉의 나이에 자연스럽게 집에서 독립해 나오게 됐다.
성인이 된 용훈 씨는 쉴 새 없이 일했다. 전단지 돌리는 일부터 시작해서 대구를 떠나 실 만드는 공장, 약품 제조 공장 등 여러 일터를 전전하며 돈을 벌었다. 그러다 이십대 중반, 울산에서 사무일을 하던 용훈 씨는 미연 씨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힘들어 하는 미연 씨 곁을 지키며 두 사람은 평생을 약속하게 됐다. 용훈 씨가 만 28살이 되던 해 미연 씨가 아이를 임신했다. 가족 부양을 위해 사업을 준비하던 용훈 씨는 얼마 못 가 사업에 실패하고 모아둔 돈을 빚으로 몽땅 갚은 뒤 도망치듯 타지로 거처를 옮겼다.
용훈 씨는 친척 소개로 고물상에서 2년 간 일했지만, 고물값이 점차 떨어지는 탓에 달에 100만원의 생활비로 세 식구를 부양해야 하는 날이 지속됐다. 용훈 씨 어머니는 둘째를 임신한 미연 씨가 밖에서 일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용훈 씨는 어머니 지인이 운영하는 타일 시공 회사에 들어가 기술을 배웠다. 자재를 몸으로 날라야 하는 육체노동은 용훈 씨를 금세 지치게 만들었다. 게다가 어머니가 암 투병을 시작하신 이후로 병원에 살다시피 하느라 집에 거의 들어갈 수 없었다. 어느 새 둘째까지 생긴 시기였다.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야 했던 미연 씨는 우울증과 거식증으로 고생했고, 그때부터 부부 갈등이 시작됐다. 용훈 씨 어머니가 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난 후에도 부부 사이는 계속 나빠졌다.
3년 전, 건설 경기 악화로 일거리가 줄면서 용훈 씨 가족은 다시 생활고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1년 가까이 수입이 거의 없었기에 집세도 내기 힘든 상황, 어쩔 수 없이 미연 씨가 버스 터미널 기사식당이나 공장 식당 등에서 주야로 일을 하며 가족들을 부양했다. 미연 씨는 집안일과 아이들 양육을 돕지 않는 용훈 씨와 자주 다퉜다. 부족한 생활비는 카드 돌려막기로 메꿨고, 모자란 돈은 대출을 받아 600만원 가까이 빚이 생겼다. 집세를 미뤄 내다 쫓겨나다시피 이사를 하게 된 후, 부부는 결국 이혼했다.
◆간암 말기 진단 후 지난주 세상 떠나
생활비 때문에 대출받은 약 3천만원의 부채를 갚아가며 홀로 생활하던 용훈 씨. 그는 지난해 11월 새벽, 일을 나가다 오른쪽 옆구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인근 병원을 찾았다. CT 결과가 심상치 않으니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고, 도움을 요청할 다른 이가 없었던 용훈 씨는 미연 씨에게 연락했다. 미연 씨 부축을 받아 대학병원에 간 용훈 씨는 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모아둔 재산도, 도움을 청할 친지도 없는 용훈 씨를 도와줄 사람은 미연 씨 뿐이었다. 하지만 미연 씨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 기초생활 수급비를 받아 우울증 앓는 아이 둘을 키우는 미연 씨는 본인도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희귀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데다 2주 전 허리수술을 해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전 남편을 외면할 수 없었던 미연씨는 매일 용훈 씨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와 그를 간병하고, 가족들에게 돈을 빌리는 등 돈이 생기는 대로 병원비를 댔다.
미연 씨 도움으로 띄엄띄엄 항암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던 용훈 씨는 지난 8일 새벽,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기저귀를 갈다 바닥에 주저앉은 용훈 씨를 겨우 침대에 눕힌 미연 씨.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는 얘기를 하는 용훈 씨를 잠시 원망했다. 이후 잠에 든 용훈 씨는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1인실로 옮겨진 용훈 씨는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세상을 떠났다. 상을 치르고 전 배우자를 납골당에 안치하는 것도, 용훈 씨에게 남은 부채를 감당하는 것도,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이젠 미연 씨 몫이었다. 아직 남편 발인조차 마치지 못한 미연씨 입에서는 "막막해요"라는 말만 나올 뿐이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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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딸들 걱정에 쫒기는 삶 살아온 이가은 씨에 2,167만원 전달
살림에 무관심한 남편 대신 생활고에 쫓기며 두 딸 걱정으로 살고 있는 이가은 씨(매일신문 10월 29일 11면 보도)에게 2천167만207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삼이시스템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배영철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이장윤 2천원 ▷'돕기' 3천447원 ▷'어려운시기엔돕기' 310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아암 말기 앓는 아이의 엄마 강연주 씨에 2,539만원 성금
빚으로 얼룩진 결혼생활을 하며 소아암 말기 앓는 아이를 키워야 하는 강연주 씨(매일신문 11월 5일 10면 보도)에게 44개 단체, 183명의 독자가 2천539만2천642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윤남귀)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방성의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다빈치커피대명마루점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김기욱사무소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시온작명소(성병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책나무도남독서학원(조혜리)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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