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가짜뉴스' 진원지로 지목된 '온라인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초대형 사이트가 소유자와 운영자를 철저히 가린 채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되면서다. 특히 나무위키는 한국인 사용자의 트래픽으로 막대한 이득을 보면서도 소재지를 파라과이에 두고 있어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점을 이유로 나무위키 관련 의혹 집중조사에 나서는 한편,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12일 밝혔다.
◆ 나무위키, 가짜뉴스에 취약한 구조…"집단지성 아냐"
정치권에서는 최근 나무위키에서 정치인 관련된 특정 정보가 잦은 삭제와 조작 논란을 겪으면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처가 관련 내용 삭제' 논란이 이를 부채질했다. 당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국민의힘 주류 일각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출마를 저지하거나, 흠집내기 작업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근거 중 하나로 나무위키에서 한 전 위원장 처가 관련 내용 일부가 삭제된 것을 두고 '편집 종용설'이 돌고 있는 것을 거론했다.
나무위키가 4·10 총선 때 공천 희비를 가른 일도 있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나무위키에 포함된 '막말 논란'이 시발점이 되면서 과거 발언과 글 내용이 집중 조명됐다. 결국 장 전 최고위원은 부산 수영구 공천을 취소하는 사태를 맞았다. 국민의힘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하다못해 텔레그램은 러시아 출신 파벨 두로프가 만든 걸 아는데, 나무위키는 주인도 모른다"며 "나무위키는 특정 집단에 의한 조작이 가능한 순수한 집단지성 백과사전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때문에 나무위키가 가짜뉴스 생성에 취약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무위키는 누구나 회원가입만 하면 문서를 만들거나 수정할 수 있다. 개개인이 가진 정보를 '집단지성'으로 모아 완성된 지식을 공유하는 취지다. 하지만 다수의 의견이 특정 정보의 기술 방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내용 수정 방향을 놓고 '고지전'이라 불리는 격렬한 편집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특정 견해가 우세한 이용자층에 의해 내용이 편향될 수 있다.
가짜뉴스 유통에 취약한 구조인데도 그 파급력은 크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나무위키의 하루 최대 방문자는 200만 명, 페이지뷰는 4천500만회로, 언론사 10개를 합친 규모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국내에서 나무위키에 접속한 방문자 수는 2억9천200만 명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구글, 네이버, 유튜브, 다음, 디씨인사이드, 쿠팡에 이어 일곱 번째 규모다. 나무위키의 광고 배너 1개당 연수익은 2억원, 우만레의 연간 순이익은 약 100억원으로 추정된다.
◆ 국내 협력업체와 '이메일 계약'만…담당자는 주기적 교체
정치권에서는 이런 막강한 영향력에도 나무위키 실소유주·운영진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점에 우려를 나타낸다.
실제 나무위키와 2018년부터 계약을 맺고 광고를 4년 간 대행한 국내 협력업체 A사는 계약 과정에서 운영자를 만난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A사 관계자에 따르면 나무위키와의 계약은 주로 이메일로 이뤄졌다. 운영자와 대면 계약은 거의 없었다. 계약서 날인은 양측이 직접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캔을 통한 날인 확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메일을 통한 소통은 한국어로 했다. 방송심의위원회조차 "나무위키와는 이메일로만 소통이 가능하다"며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계약 담당자는 신원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주기적으로 교체됐다고 한다. A사는 1년 7개월이 지난 2020년 나무위키 측에서 기존 계약 담당자이자 나무위키의 집행부 중 한 명인 서모 씨가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 새로운 담당자인 이모 씨가 계약을 인계 받았다. 이들 모두 한국어로 소통했으나, 그 신원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 A사 관계자는 "사업을 총괄한다고 소개 받았는데, 이름은 가명일 수 있다"며 당시 개인 사업자등록증만 받았고, 당사자의 신원 확인을 하지 않은 채 계약을 진행했다고 했다.
나무위키 관계자 중 한 명은 일본인으로 파악됐다. 그는 나무위키 비즈 코리아 설립 과정에서 한국을 방문해 사업 계획을 검토하고, 앱 개발을 진행을 맡았다. A사 관계자는 2018년 그와 만났는데, 그 자리에는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가도 동석했다고 전했다. 그는 "계약에 관여했던 나무위키 담당자들 3명 모두 외국인 휴대폰 번호를 썼다"며 "지금은 이들에게 연락을 해봐도 다 없는 번호라고 나온다.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말했다.
◆ 배너 광고 수익에 무관심했던 운영진 '왜'
특이한 점은 나무위키 운영진들은 광고 수익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무위키는 카카오와 네이버 광고를 사이트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업계에선 나무위키 웹사이트에 걸린 광고 배너 1개당 한 달에 약 1천800만원~2천만원, 연간 2억원에 달하는 수익이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익금은 나무위키 해외 법인 계좌로 송금된 것으로 파악된다. A사 관계자는 "나무위키 측은 한두달씩 묵혀서 한 번에 돈을 보내달라는 식의 대응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4개월 치 금액이 한꺼번에 송금된 경우도 있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나무위키와 국내 협력업체 사이 신뢰 관계가 두터운 것도 아닌데 바로 정산도 안하고 관심도 없었다는 것이 의외"라며 "나무위키의 전체 수익 대비 2억원은 무시할만한 수준이었거나, 나무위키 운영 목적이 수익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 트래픽 한국서 발생하는데 책임 회피…국회 규제 초읽기
특히 트래픽 대부분은 한국에서 발생하는데도, 나무위키의 소유법인인 우만레에스알엘(umanle S.R.L.)은 본사를 파라과이에 두고 있어 한국 사법권이 미지치 못하고 있다.
김장겸 의원은 이런 문제점을 토대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 절차에 착수했다. 외국법인의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강화하고, 불법 정보 유통으로 발생한 수익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김장겸 의원은 매일신문에 "나무위키에서 인권침해·가짜뉴스 등 범죄행위가 벌어져도 본사가 파라과이에 있고 소유주도 알 수 없어 피해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며 "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바지 사장을 내세워 국내 법망을 회피하려는 꼼수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근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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