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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누구를 위한 기준금리 인하인가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에 돈의 흐름이 보다 원활해지고 내수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금리 인하 효과는 시장에 미리 반영된 탓에 경제활동 상승 작용을 못 했고, 오히려 3분기 성장률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 역시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부동산과 가계대출 정책 때문이다. 애초 정부는 올 들어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저금리 정책대출을 확대했다. 여기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한동안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보태져 앞다퉈 집을 사려는 이들이 몰렸고, 특히 수도권과 서울 대출이 폭증했다. 주택담보대출에 가산금리를 붙이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시점을 7월에서 9월로 늦춘 새 대출 총액은 역대급으로 불어났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대출 억제(抑制)에 사활을 걸었고, 대출금리는 높아졌다.

기준금리가 떨어졌지만 은행들은 줄줄이 예금금리만 낮췄고,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에 대출금리를 꾸준히 올리면서 예대(預貸)마진, 즉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는 더 커졌다. 돈 잔치 비판을 받던 은행권은 예대마진 덕분에 조(兆) 단위 수익을 거두고 있다. 국내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6조5천억여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15조6천억여원)보다 6%가량 늘었다. 5대 은행 순수익만 12조6천억여원이다. 1분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수익은 더 커졌다. 10월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춤해졌지만 금융권 전체 증가 폭은 6조6천억원가량으로 커졌다.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2금융권 대출만 2조7천억원에 이른다. 상호금융권이 집단대출(중도금·잔금대출 등)과 주택담보대출을 늘려서다. 이자 부담이 큰 생계형 대출이 증가하면서 서민 대출의 질은 더 떨어졌다.

정책적 뒷받침과 함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져야 기업과 서민들의 금융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이라는 변수로 차질(蹉跌)이 우려된다. 미국발 통화 완화 기조가 1년을 못 버틴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공약대로 10~20%의 보편 관세와 60%의 대(對)중국 관세를 부과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내쫓아 인건비가 치솟고, 정부 재정지출을 늘리면 물가는 오르게 된다. 물가만 안정된다면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연 4.50∼4.75%에서 내년 말 연 3.00∼3.50%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지만 물가 불안이 가중되면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 한국은행 금리 정책도 영향을 받는다. 미국이 금리를 다시 올릴지 모르는데 우리만 낮추면 1.50%포인트(p)인 금리 격차(隔差)가 더 커져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우려된다.

국내 상황도 만만치 않다.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면 건설투자나 소비 진작(振作) 효과가 있겠지만 부작용이 걱정이다. 당장 집값이 뛸 것이고 가계부채 규모는 더 커진다.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금리를 내리는 것도 위험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도 추가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경제의 심폐소생술은 아니며, 돈줄만 죈다고 가계대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줄이고, 기존 대출자에 대한 금리 인하나 중도 상환 수수료 면제, 서민과 자영업자 지원 특례 대출 등 상생안을 내놔야 한다. 정부 대출 정책이 금융권 돈 잔치로 끝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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