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영남대 박정희 대통령 동상 '모욕 퍼포먼스', 폭력의 유치한 배설일 뿐

영남대 졸업생 40여 명이 영남대 경산캠퍼스 내에 지난달 23일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역사의 죄인 다카키 마사오. 죄수번호 1017'이라는 팻말을 걸었다. 이어 동상에 달걀을 던지고 밀가루도 뿌리는 '모욕 퍼포먼스'를 펼쳤다. 민주동문회 소속이라는 이들은 "학내외 반대 여론에도 학내 구성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기어코 박정희 동상을 설치하고 말았다"며 즉각적인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물리력을 동원한 반대 의견 피력(披瀝)은 자신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거나 무관심한 이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그래서 확장성이 없는 폭력의 유치한 배설(排泄)일 뿐이다. 폭력은 자신들의 주장의 정당성을 논리로 입증하지 못하고 어린애처럼 떼를 쓰는 지적 장애병증이기도 하다.

이날 '모욕 퍼포먼스'를 주도한 민주동문회에는 과거 총학생회장 등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포함돼 있고, 야당 인사도 있다. 이들은 '모욕 퍼포먼스' 후반부에 운동권의 '비공식 애국가'로 통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들의 사고방식은 아직도 1980년대에 묶여 있는 것이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영남대 설립자가 아닌 강탈자일 뿐이고, 동상 설치가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모욕 퍼포먼스'을 정당화했다. 자신들의 판단만이 옳다는 아집이자 독선이다. 동상 건립에 찬성 의견을 보인 졸업생도 상당수다. 이들의 의견은 무조건 틀렸나?

대학본부 측의 동상 건립은 절대빈곤 탈출과 부강한 나라의 토대를 닦은 박 전 대통령의 공적을 기리고 애국심을 본받자는 취지다.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나? '모욕 퍼포먼스'를 한 이들이 누리는 이 나라의 자유와 풍요로움도 거슬러 올라가면 박 전 대통령에 이르는 것 아닌가?

폭력의 동원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할 논리가 없음을 거꾸로 보여준다. 이런 자신들을 후배 재학생들이 어떻게 보고 있을지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 재학생들은 깨어 있지 못해 동상 건립을 넋 놓고 지켜본 게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욕 퍼포먼스'는 후배 재학생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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