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이 3선에 도전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가 12일 열린다. 대한체육회 정관상 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임기를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고, 3선에 도전하려면 공정위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 회장은 공정위 심의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였다. 이 회장 취임 뒤 공정위가 사실상 연임 승인 거수기가 됐기 때문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 받은 이 회장 취임 전 공정위의 스포츠단체장 연임 승인률은 22.2%(153건 중 34건)에 불과했으나 이 회장 취임 후엔 91.6%(239건 중 219건)로 급증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비리 점검 결과가 주말에 발표되며 이 회장의 심의 통과 여부는 안갯속인 상황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 지난 한 달간 대한체육회 비위 점검에 나서 이 회장이 직접 개입한 직원 부정 채용과 금품수수,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를 밝혀내서다.
다만 아직 체육계는 공정위가 이 회장 측 사람들로 구성돼 이 회장의 도덕성과는 별개로 이 회장에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병철 위원장을 비롯한 공정위원 15명이 모두 이사회의 위임을 받은 이 회장이 직접 임명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심의를 하루 앞둔 11일 공정위 부위원장과 공정위원들에게 '이 회장이 사실상 자기가 임명한 위원들에게 3선 도전 여부 심사를 맡기는 것이 이해충돌이자 자기심판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여론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었다.
공정위 부위원장인 문강배 법무법인 한일 대표 변호사는 "이 회장과 평소 좀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이해충돌이라고 한다면 세상에 이해충돌에 안 걸릴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공정위원으로 임명된 인물들이 이 회장의 편을 들 것이란 추측은 오히려 공정위의 기능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체육회 정관에 따라 예외적인 3선 도전의 합리성을 평가할 것이다. 원칙에 따라 심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직 헌법재판소 연구관인 김기열 위원은 "이해충돌 등의 법적 문제가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 대법원장이나 대법원 판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이는 행정부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논리에 따라야 한다"며 "체육회장도 마찬가지로 사법부인 공정위를 임명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체육회장이 아닌 제3기관이나 정부에서 한다면 체육회의 자율성, 독립성이 침해된다"고 했다.
이에 한 체육계 고위 관계자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건 맞지만 그 전에 물밑에서 여야가 서로 견제하고 충돌하며 공정한 인사안을 가져와야 가능한 것"이라며 "공정위를 임명할 때 이런 견제 기능이 작동한 적 있는가 스스로 반성부터 하고 심의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인 허상구 위원은 "이 회장이 임명했더라도,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에서 공정위원들을 추천한다"며 "추천 받은 인물들이 스포츠를 공정하게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고 했다. 그는 "굳이 3선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업적이 무엇인지 등 위원들 각자 독립적으로 이 회장의 연임 필요성을 다각도로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옛 대한체육회 사무차장 오진학 위원은 "이 회장이 단독으로 공정위원들을 위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절차를 거쳐 주무부처의 승인을 받은 뒤 임명하게 된다"며 "체육계의 사람들이나 그들과 가까운 인물들은 자연스레 만날 수 있지만, 이는 특수 관계라고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최종균 선문대 교수는 "이번 심사는 공정위원들의 다수결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적 문제 개선의 필요성도 언급하면서도 "이미 제도적으로 결정된 사항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의 3선 연임 여부를 결정할 공정위는 지난 4일 소위원회를 열어 1차 심사를 진행했다. 이 회장은 무난하게 소위를 통과했다. 12일에는 전체회의를 통해 이 회장의 연임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공정위는 15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과반 이상 참석해, 참석 인원 중 과반 이상 찬성을 얻어야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김병철 전 법무법인 세종 고문이 위원장으로 있고, 부위원장으로 김희석 연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와 문강배 법무법인 한일 변호사, 윤병철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를 두고 있다.
또 김기열 전 헌법재판소 연구관과 김민정 한국외대 글로벌스포츠학과 교수, 박현이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장, 설수영 경기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오진학 전 대한체육회 사무차장, 이정화 KBS 기자, 이현혜 법무법인 해송 부설 인권연구소장, 정병택 법무법인 에스엔 변호사, 최종균 선문대 무도학부 교수, 허상구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허현미 경인여대 소포츠헬스케어학과 교수가 위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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