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관세 20%, 대중국 보복관세 60%를 선거 공약으로 내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단어가 '관세'(Tariff)라고 너스레를 떨었던 트럼프의 재등장에 분업 이론을 설파했던 아담 스미스와 비교 우위설을 통한 무역 이점을 가르친 데이비드 리카도의 탄식이 들려온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공약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그간 이루어진 국제 분업 체계와 공급망 체계에 대혼란은 불가피하다. 트럼프의 재등장에 전 세계 국가들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겠다며 날린 관세 폭탄의 유탄을 맞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에 공화당은 대통령,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달성했지만 승자의 저주가 트럼프를 2년짜리 대통령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2년 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중 하나만 민주당이 장악하면 트럼프는 바로 레임덕에 들어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싸움의 고수는 한 놈만 팬다." 시간이 문제인 트럼프는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할 수는 없다. 트럼프는 관세 폭탄을 먼저 던지고 나중에 협상을 하겠지만 일단 관세 폭탄에 시범 케이스로 맞으면 바로 죽는다. 트럼프 집권 초기에 시범 케이스에 들어가는 것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피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는 바이든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반도체 지원법(CHIPS),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한국은 미국에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 104조원을 투자했고, 2023년 미국의 리쇼어링 보고서에 따르면 리쇼어링에 따른 고용 기여 순위를 보면 한국이 1위다.
트럼프 2기 정부가 CHIPS, IRA를 폐지하겠다고 하자 한국 기업들은 멘붕에 빠졌다. 그러나 일은 이미 터진 것이고 첨단 반도체와 배터리의 미래를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면 된다.
어느 나라도 모든 공급망을 소유한 나라는 없다. 중국은 지금 한국의 배터리와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소재의 40~80%를 조달하는 원자재 조달국이다. 석유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듯이 중국의 반도체, 배터리 소재 없이는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도 없다. 그래서 중국은 이젠 석유 공급국인 중동처럼 관리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첨단기술로 대응하면 된다.
미국은 반도체 기술은 있지만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공장이 없다. 그리고 배터리는 기술도 공장도 없다. 지금 보조금을 주고 키워도 한국과 대만, 중국을 따라가기 어려운데 보조금을 철폐하면 미국에 추가 투자할 이유가 없고 첨단 공장을 지을 이유가 없다.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는 시기에 첨단 반도체 생산과 배터리에서 한국과 미국과의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CHIPS, IRA 폐지로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한국산 반도체와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더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집권으로 올 공급망 교란의 해결책은 기술 혁신이다. 경쟁자가 있으면 기술이고, 경쟁자가 없으면 혁신이다. 반도체(Semiconductor)가 아니라 초전도체(Superconductor), 리툼이온 배터리가 아니라 전고체 배터리, 컴퓨터가 아니라 양자컴퓨터, 5G가 아닌 6G 기술로 용기 있게 나서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로 혁신 기술을 만들면 된다.
AI 전쟁 시대, 첨단 기기의 두뇌와 심장인 반도체, 배터리는 이제 재벌의 수익 사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 사업이다. 반도체, 배터리의 보조금은 국방비다. 전략물자는 국적과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오직 최고, 최초, 최신 제품이면 어떤 대가를 치르고도 산다. 미국이 작은 섬나라 대만의 반도체 기업에 66억달러, 한국의 반도체 기업에 64억달러를 보조금으로 퍼주는 이유는 반도체가 AI 전쟁 시대에 필수 무기이기 때문이다.
첨단산업에서 남들만큼 해서 남을 이기기는 어렵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대만, 인도까지 반도체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세제, 보조금, 대출의 풀 패키지 지원책을 쓰고 있다.
이제 첨단산업은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 대항전이다. 아직도 국회 통과도 못 하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 지원법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당리당략이 아닌 국익 차원에서 다른 나라보다 파격적 지원으로 한국이 공급망 전쟁 시대를 헤쳐나갈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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