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포항시장이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아제르바이잔으로 해외 순방을 다녀왔다. 지난 3일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등 서유럽 순방에서 귀국한 후 불과 일주일 만의 비행길이다.
이 시장은 지난 1월 3~17일 미국, 5월 19~29일 덴마크·노르웨이·오스트리아 등 북유럽을 포함해 올해만 무려 4번의 해외 출장에 나섰다.
3선을 지내는 10년 동안 1년에 고작 1~2번 해외 출장에 나섰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단순히 임기 말년을 앞두고 가지는 '외유성 해외여행'이라 치부하기에는 괴리감이 든다.
전립선암으로 지난해 7월쯤 수술을 한 그에게 아직 10여 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은 그 자체만으로 곤욕이다.
암 수술 이후 5년 동안 추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잦은 해외 출장은 이 시장 개인에게 득보다 실이 크다.
그럼에도 이 시장이 끊임없이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지방 경기와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감이 그의 등을 떠미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포항에 경북 제1도시의 영위를 안겨줬던 제철산업은 중국 등 제3세계와의 가격 경쟁력, 글로벌 철강 경기 둔화 등으로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제철 단일 산업 지역이었던 포항으로서는 철강 경기 악화가 곧바로 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를 제외한 포항철강공단의 총생산액은 지난 2011년 17조8천860억원에서 2015년 13조7천680억원, 2020년 11조6천660억원으로 9년 동안 6조2천여억원(35%)이나 줄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을 지난해보다 27.2% 줄어든 3조5천314억원으로 발표하며 어려운 경영 환경을 실감케 했다.
이 시장은 철강 일변도의 지역 경제계를 바꾸기 위해 재선 시절인 지난 2017년쯤 2차전지란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포항 지역 수출액이 2015년 총 97억200만달러에서 지난해 110억7천600만달러로 14.2% 성장하는 동안 2차전지 등 화학 분야의 비중은 1.1%에서 38.5%까지 무려 38배 이상 급속도로 상승했다.
철강이 차지하던 비중이 타 산업으로 분산되며, 그동안 제철산업에 짐 지워졌던 지역 맏형 노릇을 조금씩 나눠 갖는 느낌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2차전지 산업 성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마냥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요즘 들어 포항시는 바이오와 수소, 마이스(MICE) 산업 등 여러 곳으로 확장을 꾀하는 중이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서 2차전지·바이오·수소 등 3관왕까지 차지하면서 타 지역으로부터 '욕심이 과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얼핏 보면 두서가 없을 만큼 확장하는 욕심의 저변에는 앞서 말한 지역 경기 침체와 지방 소멸이라는 위기감이 깊숙이 깔려 있다.
이 시장이 버릇처럼 얘기하는 "일자리가 넘쳐야 사람이 온다"는 당연한 목표처럼 말이다.
이번 아제르바이잔 출장에서 이강덕 시장은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해 수소·2차전지 등 친환경 산업으로의 변신에 대한 사례 발표에 나섰다.
도시 브랜드 제고는 물론, 그 이면에는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한 섹션이라도 포항에 유치하려는 속내가 보인다.
포항컨벤션센터 건립과 맞물려 UN총회처럼 큰 글로벌 회의가 언젠가 포항에서 열리길 기대하며 이강덕 시장의 해외 순방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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