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여름에 가족들과 유럽 여행을 갈 거야. 일정 짜서 알려줘."[이용자] / "휴가 일정에 맞춰 일주일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브리핑을 시작할까요?"[인공지능(AI) 비서]. 여행사에 전화를 걸거나 항공·호텔·식당·렌터카 앱을 켜 예약하며, 더 싼 가격을 찾아다니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검색어 입력 대신에 인간 비서와 대화하듯이 지시를 내리고, 검색과 동시에 가격 비교와 예약까지 가능한 서비스가 등장한다. 10년 전만 해도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며 일축(一蹴)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물론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자비스' 정도의 인공지능 서비스는 아직 없지만 조만간 비슷한 수준까지 구현될 수 있다.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최신 뉴스를 섭렵(涉獵)하고 있으며, 냉철하고 예리한 판단까지 가능한 비서의 등장이다.
이동통신사들은 미래 먹거리로 인공지능 비서(AI 에이전트)에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한국어 기반의 AI 개인 비서 서비스 '에이닷'을 지난해 9월 출시했고, 1년 만에 가입자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음악, 증권, 영화 예매 등 영역별 전문 비서 서비스도 제공하며, 이용자 개인의 일상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일 자체 개발한 비서 '익시오'를 출시했다. 통화 녹음과 요약이 서버를 거치지 않고 가능해 보안에 강점이 있고, 통화 내용을 글자로 바꾸며 보이스피싱 감지 기능도 갖췄다. 통신사들이 비서 서비스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까닭은 새 구독 모델이어서다. 당장은 별도의 요금을 받지 않지만 일정 수준의 충성 고객이 확보되면 유료화는 수순(手順)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달 22일 생성형 AI 서비스 '카나나'를 공개했다. 비서가 아니라 AI 친구 서비스로 보면 된다. 네이버는 통합 검색 기능에 AI와 개인화 추천 기술을 결합한 'AI 브리핑'을 내년 상반기 중 선보일 계획이다. PC는 물론 스마트폰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생성형 AI 탑재 스마트폰 점유율이 2028년엔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을 넘어선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런데 문득 걱정이다. 온갖 복잡한 일들을 AI가 처리하면 인간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구독료에 따라 AI 비서의 역량이 천차만별(千差萬別)로 커지면 양극화가 심화하지 않을까. 이에 대한 대답도 AI 비서가 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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