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증거가 폭염, 산불, 태풍, 가뭄이 아니라 '우리 몸'이었다고?"
기후변화가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재난이 될 것이라는 각종 과학자들과 매체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리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세대가 겪을 일이라던가, 종말론적인 스펙터클 정도로 안이하게 치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자. 올 들어서만해도 '날씨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는가? 봄, 여름, 가을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많은 비가 이어졌고, 이번주에는 11월 중순 대구의 기온이 21.4도까지 치솟으며 반팔을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했다. 이게 정상일까? 수십년 전과 비교해 기온이 점점 치솟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지하는 바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로 인해 기억력 감퇴, 폭력성 촉발, 신경퇴행 질환의 증가, 감염병의 역습, 트라우마 및 우울 증상의 폭발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과 마음을 통해 이미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을 읽어내려가다보면 머리 속이 아득해짐을 느낀다. 이미 '기후 괴물'이 야금야금 우리를 좀먹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기후변화에 무감각해 진 것이 그 하나의 증거다. 마치 집단적인 '기억상실'에 걸린 것처럼 평균 온도의 한계선(기후평년값)을 계속 갱신하면서 과거를 잊고 현재에 순응하려는 인간의 태도가 지구와 인간 사이에, 그리고 신경 회로 안에서도 끊임없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데, 이같은 '기후 망각'이 기억상실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기온 상승이 인간의 감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이 책은 각종 실험과 데이터,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판단 및 업무 능력뿐 아니라 학교 성적까지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살인 가능성도 높인다. 뇌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이 급감하면서 충동성이 오르고 보복 행위가 증가하는 것이다.
경제학자 매튜 랜슨은 주변 온도가 섭씨 2도 상승할 경우 폭력범죄 발생률은 3%증가한다는 것을 절대적 수치적으로 환산해 보여준다. 2010~2099년 미국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살인 2만2천 건, 강간 18만 건, 가중폭행 12만 건, 단순폭행 230만 건, 강도 26만 건, 주거침입 130만 건, 절도 220만 건, 차량절도 58만 건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기온의 증가가 단순히 폭력성만 유발하는게 아니다. 수온이 상승하고 바다가 점점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에 따라 마비를 일으키는 해양 독소가 번성할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구의 역사에서 모든 생명에게 영향을 끼쳐왔던 시아노박테리아(남조류)의 대증식이다. 이것이 배출하는 아미노산은 치명적인 신경독소인데 떨림, 마비, 치매 등의 신경학적 장애를 낳는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던 버빗원숭이의 뇌와 비슷하게 집단 떼죽음을 당한 병코돌고래의 뇌도 벌집이 되어 있었고, 플로리다주 사람들의 뇌에서도 비슷한 물질이 발견됐다.
그린란드의 빙상이 녹으면서 방출되는 수은의 양도 우려해야 한다. 2021년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해동된 영구동토층에서 흘러나오는 수은이 강을 통해 이뤄지는 수은 유출량의 10%에 달한다.
암담하기만 한 수많은 증거들을 통해 저자는 이 책의 영문 원제목인 '자연의 무게(The Weight of Nature)'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밝히면서도 미래에 대한 거대한 예측이나 섣부른 대안보다는 '지금' 나 자신과 우리 주변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공감'의 영역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비록 당장 많은 것을 바꿀 순 없다하더라도 저자가 제시하는 명상, 이야기하기, 역사, 회복력, 적응력, 언어 다양성 등의 해법은 기후변화의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치유'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384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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