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에이즈의 원인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을 장애로 인정해 달라는 국내 첫 행정소송에서 처분 권한이 없는 동장이 장애 신청을 반려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소송 청구 취지였던 'HIV 장애 인정'에 관해서는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
13일 대구지방법원 행정1단독(배관진 부장판사)은 HIV 감염인 A씨가 대구 남구청장과 대명6동장을 상대로 제기한 반려처분취소청구소송에서 남구청장에 관한 소는 각하하고, 동장에 대한 청구는 인용 처분했다.
재판부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 등록 신청 반려 처분 권한은 구청장에게 있기 때문에, 대명6동장의 처분은 권한이 없는 자에 의한 것이므로 효력이 없다고 봤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0월 대명6동 행정복지센터에 HIV 감염에 따른 장애 등록 접수를 했지만, '장애 진단 심사용 진단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당했다. 이후 지난 1월 남구청장을 상대로 HIV 장애 인정을 요구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선고는 처분권자의 적격 여부를 판결하는 데 그쳤다. 당초 A씨가 요구한 HIV 장애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HIV를 장애로 인정받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법적·행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A씨 법률대리인을 맡은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공감 변호사는 "첫 공판부터 장애인 등록 신청을 반려한 주체가 누구인지만 다투면서 HIV 감염인의 어려움에 대한 실체 판단은 이뤄지지 못했다"며 "7개월 동안 당사자를 위한 정의는 다시 지연됐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 기관이 처음부터 제대로 알아보고 반려 처분을 했어야 하지만, 무책임한 행정으로 당사자는 다시 반려 처분서를 받아야 한다"며 "이번 소송으로 행정기관의 권한과 책임을 확인했기 때문에, 남구청이 또 형식적인 반려 처분을 한다면 취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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