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동훈이 달라졌다? 그런데 왜! [석민의News픽]

◆ 확~달라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갑자기 윤석열 정부와 한 몸?…여당 대표답게 변신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 '공감' 때문…일부 보수 언론의 엉터리 분석
◆국힘 당원 게시판 '한동훈' 및 가족 이름으로 대통령 부부 향한 막말 수백건, 파문 확대
◆한동훈 변검(變脸)술 의혹 제기…'당원 게시판' 진상 명백히 밝혀야 오해 풀 수 있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윤석열 정부 합동 전반기 국정성과 보고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11일 "우리는 선동과 범죄의 세력을 막아야 할 역사적인 임무를 같이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권 재창출이 돼야 한다. 그걸 하기 위해서 민심에 맞게 변화와 쇄신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필요할 땐 정부를 응원하고 비판하지만 결국 정부와 함께 변화와 쇄신을 실천해 남은 2년 반 승리의 길로 함께 나아가자. 제가 앞장서겠다"고 했습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윤석열 정부 합동 전반기 국정 성과 보고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한 대표는 현 정부의 성과로 화물연대 불법 파업 원칙 대응, 탈원전 정상화, 의료 개혁 착수 등을 꼽으면서 한미 동맹 복원과 한일 관계 정상화를 "대단한 성과"라며 "우리 윤석열 정부는 그것 하나만 두고도 역사 속에서 평가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또 '박정희 대통령 사진전' 개회식에도 참석해 "산업화의 쌀로 밥을 지어 먹게 해주신 박 전 대통령을 기억하고 존경한다"고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문다혜 사건·비리 등에 대한 비판을 제쳐둔 채 걸핏하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향해 핏대를 세우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사실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라진 틈을 파고들어,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만들었습니다. 수사 대상을 14개에서 3개로 줄이고, 한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 중재안으로 제안했던 '제3자 특검 추천'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한 대표가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을 없애겠다는 속셈입니다.

그러면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특검 수사 대상과 추천 방식과 관련해 모든 것을 열어놓고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추파를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놀랍게도 "(독소조항을 없앤다는 것은) 민주당의 말뿐"이라며 수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단칼에 잘랐습니다.

그동안 김건희 여사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친한계의 반응도 달라졌습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민주당이) 장외 (집회)에서 수가 안 보이니 원내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보자는 꼼수가 특검법 수정안"이라고 지적했고, 박정훈 의원은 방송에서 "한동훈 대표도 (특검법 수정안에) 반대한다. 이 특검은 헌정질서를 중단하려는 야당의 의도라고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옳은 말씀들이긴 한데, 그걸 왜 이제 겨우 아셨는 지 정말 아쉬울 따름입니다. 한 대표는 당대표 경선 때 '이재명 민주당'이 파 놓은 함정인 줄도 모른 채 '채 상병 특법법'과 관련, '제3자 특검 추천'이 무슨 대단한 해법이기나 한 것처럼 떠벌렸습니다. 지금은 '채 상병 특검' 이야기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동안 민주당의 각종 폭로가 '정치 공작'이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 약효가 다한 것입니다.

민주당의 '특검~ 특검, 또 특검~' 레퍼토리는 진실 규명과는 전혀 상관 없는 대통령 탄핵 공작의 빌미를 만들기 위한 '대국민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당인 국민의힘 당대표와 그 측근들이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또는 야권의 이런 음모에 동조해왔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고 놀랍습니다.

자칭 일부 주류 보수 언론들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사과와 쇄신 의지를 밝힌 이후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 비판을 자제하고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솔직히 한 대표는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이 끝난 지 하루가 지나도록 침묵하는 기괴한 행동을 했습니다. 겨우 내놓은 페이스북 반응이 "윤 대통령께서 어제 현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인적쇄신, 김건희 여사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의 조건없는 임명에 대해 국민들께 약속하셨다. 당은 즉시 윤석열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추진하겠다"는 찐~맛~없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표의 태세전환은 오히려 '당원 게시판 게이트'가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과 묘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9월 4일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윤 대통령에게 위해(危害)를 가하겠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온 것에 대한 고발을 접수, 글쓴이를 추적 중인 것이 확인 되었습니다.

여러 논란을 제외하고, 일단 팩트(사실)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국힘 당원 게시판은 실명인증과 본인확인을 거친 국민의힘 당원만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둘째, 한동훈 대표와 한 대표의 가족 명의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게시물들이 대량으로 장기간 올려져 있었으며, 현재 누군가에 의해 이 게시물들이 지워지고 있었다는 것이 지난 5일 이후 벌어진 일들입니다.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들이 총동원되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무참하게 비방·비난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동훈' '진형구' '진은정' 등 한 대표의 장인과 처, 심지어 모친과 딸 등이 직접 자신의 이름으로 그렇게 했을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누군가가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의 명의를 빌리거나 도용해 '댓글 공작'을 벌였을 가능성이 오히려 현실적입니다.

국민의힘 내부가 들끓는 것은 당연합니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7일 당최고위에서 당원 게시판 사태와 관련한 해당 행위자에 대한 축출을 언급했고, 김민전 최고위원도 11일 "당무감사를 조속히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힘 김미애 의원은 11일 의원 단체대화방에 "지난 주말 동안 '당 게시판 운영' 관련하여, 여러 당원으로부터 원성을 들었다. 이를 외면하는 건 비겁한 처사라 생각되어 당 차원의 감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의견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국힘 관계자가 12일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추경호 원내대표가 서범수 사무총장에게 '논란될 거리도 아닌데 빨리 깔끔하게 정리하고 마무리 짓자'고 했다"고 했습니다.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12일 페이스북에서 "당원 게시판에 대통령 부부를 욕하는 게시물이 당 대표 가족 이름으로 수백 개가 게시됐다면, 당은 즉시 수사 의뢰해서 사안의 진상을 규명할 생각은 하지 않고 쉬쉬하며 그냥 넘어갈 일이더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당무 감사가 아니라 즉시 수사 의뢰해라. 증거인멸할 생각 말고 모용(도용 또는 사칭)이라면 모용자를 색출해 처벌하고 사실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집권여당 아니냐"라며 "사무총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냐"고 힐난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주장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소위 '친한계'라는 사람들의 반응이 찜찜하고 명쾌하지 않습니다. 이런 태도가 계속되면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론이 전한 친한계 당직자는 "당무감사는 해당 행위를 했을 때 하는 것이다. 당원 게시판은 익명성 보장을 전제로 한다. 조금 비난했다고 찾아내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극단적인 표현을 걸러내는 당원 게시판 시스탬을 갖추는 것은 맞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며 환송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며 환송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마디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본인 인증을 거치는 여당 당원 게시판에 '당대표와 당대표 가족의 이름으로 대통령 부부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마구잡이로 쏟아낸 것'이 해당(害黨) 행위가 아니면 무엇이 해당 행위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사태를 '조금 비난' '익명성 보장' 운운하면서 은폐하려는 듯한 태도는 '친한계' 뿐만 아니라, 한동훈 대표마저 의혹의 인물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 대표의 첫 반응 역시 비상식적이고 부적절해 보입니다.

14일 오후 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을 만난 한 대표는 "(정치권에) 여러 가지 중요 사안이 있는데, 없는 분란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진실 규명'을 분란 조장이라는 말로 회피하는 모양새입니다.

더욱이 '(혹시) 가족이 게시글을 올렸는지 확인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고맙습니다"라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직접 대통령 부부 비난 댓글을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한 대표 가족이 '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열어두고 있는 셈입니다. '범행(?) 자백'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을 한 대표 스스로 한 것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정부와 보조를 맞춰 혼연일체( 渾然一體)가 되는 것은 '당연한 상식' 입니다.

당연한 상식이 변검(變脸: 중국의 전통극 중 하나. 연기자가 얼굴에 쓴 가면을 순식간에 바꾸는 마술과 비슷한 공연)으로 오해 받지 않기 위해선 '당원 게시판 게이트'의 실체가 낱낱이 밝혀지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이것이 한 대표가 그토록 강조하는 '국민 눈높이' '당원 눈높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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