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완승으로 끝나고 차기 정부 각료 인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번 승리로 재선 실패 후 다시 도전해 당선된, 132년 만의 징검다리 대통령이 됐다. 1940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84년 만에 세 번 연속 대선 후보로 지명된 그는 20년 만에 처음 전국 득표율에서 민주당을 능가한 후보라는 기록도 세웠다.
초박빙 예상을 깨고 트럼프는 7개 경합주와 연방 상·하원, 주지사·주의회 선거까지 싹쓸이했다. 그가 이끄는 공화당의 전면적인 압승은 '아메리카 퍼스트'와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골자로 한 트럼프주의가 미국 국민들로부터 폭넓게 공인받았다는 증표이다.
이로 인해 트럼프를 '범죄자' '또라이' '정신병자' 등으로 경멸하고 폄하해 온 상당수 한국 지식인과 언론, 엘리트들도 머쓱해지게 됐다. 만약 그들의 주장이 옳다면 1인당 평균 국민소득 7만달러가 넘는 미국 사회에서 최소한 절반 이상이 바보 같은 선택을 했다는 말이 된다. 한국인들은 이제 편견(偏見)을 내려놓고 트럼프의 진면목에 초점을 맞추어 진지하고 치밀하게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두 차례의 암살 시도 등에도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처럼 갈수록 강해지는 트럼프의 정치력은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무엇보다 그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생계형 정치인이 아니다. 2017년 1월 대통령 취임 당시 약 6조원(45억달러) 넘는 재산을 갖고 있던 그는 4년 재임 동안 40만달러(약 5억6천만원)의 연봉을 받지 않고 전액 기부했다. 평생 술·담배·도박 금지를 실천하는 그는 가정교육을 통해 3남 2녀 자녀와 손주들도 이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외국 정상과의 국빈 만찬장에서 샴페인 한 모금조차 거부하는 그는 자기 자신과 가족의 범주를 뛰어넘는 큰 사명을 갖고 있다. 그것은 미국의 쇠퇴를 막고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부활시켜 외국의 호구(虎口·이용당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존경받는 강한 나라로 미국을 재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그는 바쁜 30대 비즈니스맨 시절에도 하루 평균 2~3시간씩 책과 신문·저널 등을 읽으면서 미국과 세계 정세를 탐구했다. 41세 때인 1987년에는 미국에서 500만 권 넘게 팔린 '거래의 기술'을 썼다. 같은 해 9월 트럼프는 9만4천800달러의 사비를 들여 미국 3대 일간지에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의견 광고를 실었다.
돈·명예·향락만 좇는 부자라면 굳이 이런 행동을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원동력은 그의 심중에 자리 잡은 강한 애국심(愛國心)이다. 그는 중산층·서민·노동자 등 풀뿌리 미국인들의 팍팍해진 삶 개선에 집중해 왔다. 이를 위해 2000년을 시작으로 2011년, 2015년까지 3권의 책을 썼다.
자신의 정계 입문 이유를 밝히는 '출사표'이자 미국 국민들과의 '약속 목록'인 책들에서 그는 정치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목적과 가치관을 '자신의 언어'로 적었다. 전 세계 유력 정치인 가운데 정계 투신에 앞서 세 권의 육성 단행본을 낸 이는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는 국민과 역사 앞에 양심적이다. 그리고 차별화된 '국가 비전'을 갖고 있다.
이달 6일 새벽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그의 최근 행보도 주목된다. 7일 백악관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10일 만에 국무·국방·법무 장관 등 12명의 주요 부처 장관들을 지명했다. 이는 4년 전 바이든 당선인 때보다 5배 빠른 속도다. 새 장관들의 평균 연령(52세)은 트럼프 1기(63세)보다 11세 젊어졌다. 세계 1위 부자인 일론 머스크(53)와 하버드대 출신의 억만장자 기업인인 비벡 라마스와미(39)를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발탁한 의도는 방만한 연방정부 구조조정과 관료제 혁파이다.
트럼프에게도 흠결과 단점은 있다. 하지만 그가 갖은 수모와 시련을 이겨내고 미국과 미국민들을 위해 헌신하며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트럼프 특유의 용기와 불굴의 투지(鬪志)를 한국 정치인과 정치 지망생들도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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