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13일 2천5천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국 철회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이르면 연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대결로 결정날 전망인 가운데 장 초반 강세를 보이던 주식은 전 거래일보다 14% 급락한 채로 마감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시장 혼란과 주주, 투자자 우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사과드린다"며 "일반 투자자 중심의 다양하고 독립적 주주 기반을 강화하고자 도모했던 일이었지만 긴박하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충분히 사전에 기존 주주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거듭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자사주 소각 후 발행주식 약 20%(보통주 373만2천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하겠다고 밝혔다. 유산증자 주식 일부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해 최 회장 측 우호 지분 3~4%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금융시장에선 거센 비판이 일었다. 최 회장 측이 지난달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한 직후, 이와 반대되는 성격의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이다.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율 우위를 점하기 위해 회사가 돈을 빌리고는 주주에게 빚을 갚게 한다는 원성이 계속됐고, 결국 금융감독원이 지난 6일 고려아연을 상대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유상증자 계획은 제동이 걸렸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용으로 내세운 유상증자 계획이 무산되면서 기존 경영권 분쟁 구도에서 지분 싸움은 계속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다. 최 회장과 우호 지분은 약 34.65%로 추산된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후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 1.36%를 추가로 취득했다.
고려아연은 주주구성이 확정된 뒤 열리는 주총에서 단기적 투자수익 회수보다는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비전을 앞세워 주주들의 현명한 판단을 구한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약탈적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적자 제련 기업 영풍이 강행하고 있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주주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겸허한 자세로 의견을 경청해 주주총회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 소식에 주식도 덩달아 널뛰었다. 고려아연은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5% 이상 가격이 올랐으나 정작 유상증자 철회가 발표되자 전 거래일보다 14.10% 내린 98만1천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편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 결정에도 조사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상증자 철회와 상관없이 회계 감리, 불공정거래 조사는 별개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고려아연과 영풍 양측에서 제기된 이슈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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