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전태일과 온라인 노조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전태일 열사가 어린 시절 살았던 대구 남산동 집이 기념관으로 복원됐다. 남산동 집은 전 열사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언급했던 곳이다. 사단법인 '전태일의친구들'은 지난 13일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열사 옛집' 개관식 및 54주기 추모 행사를 열었다. '전태일의친구들'은 전 열사의 삶과 정신을 계승하고 알리기 위해 결성된 단체다.

전 열사가 서울 평화시장 앞에서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절규하며 산화(散花)한 게 50여 년 전이다. 이후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 사회 인식 변화 등에 힘입어 노동권이 향상되고 노사 상생(相生) 문화가 형성됐지만, 아직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많다.

노동조합은 인간다운 삶과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법적인 제도이다. 노조가 없는 직장의 노동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3%에 불과하다. 게다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무려 383만 명(전체 근로자의 17%)이다.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관련한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있고, 부당 해고를 당해도 노동위원회에 구제(救濟) 신청을 할 수 없다.

국내 처음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초기업(超企業) 노조가 등장했다. '직장갑질119 온라인 노조'가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노조설립신고증을 받고 활동을 시작했다. 온라인 노조는 기업 근로자가 아닌 개인을 조직 대상으로 하는 초기업 노조다.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직장인이나 구직자들이 직종·업종에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다. 병·의원, 정보기술(IT), 중소 금융회사, 어린이집 등의 종사자는 물론 학원 강사와 트레이너들도 이 노조에 가입했다. 노조 활동은 네이버 카페(cafe.naver.com/119union)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온라인 노조는 업종별로 지부를 구성해 업종 노사 교섭(交涉)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또 의견 수렴을 거쳐 ▷퇴근 후 연락 금지 ▷회식 문화 개선 ▷근로계약서 쓰기 등의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사각지대(死角地帶) 근로자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노조 출범은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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