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손모(40) 씨는 최근 당근마켓에서 5천원을 주고 중고 탁상용 촬영 부스를 구매했다. 예전에 구매했던 안경, 구두, 가방 등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촬영한 뒤 내다 팔기 위해서다. 그는 "최대한 나가는 비용을 줄이고 필요 없는 물건을 판매해 용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으로 시간이 생길 때 마다 당근에 물건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가 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마저 치솟자 일명 '짠물소비'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편의점 최저가 도시락은 물론, 중고 거래 규모가 날이 갈 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반해 백화점에서 명품을 찾는 사람은 감소하는 추세다.
◆갈수록 성장하는 당근마켓…올해 거래액 6조원 넘을 듯
최근 유통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트렌드는 '짠물소비'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올 3분기(1~9월)까지 거래액은 5조4천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액(5조1천억원)울 넘어섰다. 거래건수는 4천900만건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당근마켓 거래건수가 6천400만건인 것을 감안하면 연말 지난해 거래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구가 5천17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온 국민이 한번 이상 당근마켓을 이용한 셈"이라며 "당근마켓의 올해 연간 거래 규모는 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의 이용이 급증한 것은 지속화하는 경기 침체로 인해 저렴한 대체재나 가성비 좋은 값싼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의 알뜰소비가 늘어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명 '불황형 소비'가 확대하고 있는 것.
대구 북구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모(30) 씨는 내년 중순 출산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 수십만원에 이르는 유모차와 카시트, 젖병소독기 등 새 육아용품을 장만하려면 상당히 부담 스러운 금액이기 때문이다. 정씨는 "한두가지 구매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보니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나눔을 준 것 외에는 중고로 구매하려고 당근마켓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자전거, 의자, 컴퓨터, 책상 등 일상 중고용품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지금도 계속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천원짜리 편의점 도시락 '불티', 다이소 매출 날개
편의점 업계에서도 '짠물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1천원 이하 제품 매출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BGF리테일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해들어 10월까지 1천원 이하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1% 신장했다.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을 연도별로 살펴봐도 2021년 10.4%, 202년 23.3%를 기록했다. CU는 저가 컵라면(880원)과 스낵(990원)이 큰 인기를 끌면서 110만개 이상, 1천원짜리 두부는 출시 보름동안 3만여개가 판매됐다.
또 GS25는 1천원 이하 상품군 매출이 올해들어 39.4% 증가했다. GS25의 '리얼프라이스' 브랜드에서는 저가(500~800원) 아이스크림을 출시해 한 달 만에 80만 개 이상 판매했다. 특히 GS25는 숙명여대와 손잡고 11월 한 달 동안 아침 시간대에 도시락을 1천원에 판매하는 '천원의 도시락'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 세븐일레븐도 2천900원 도시락과 '가격에착!착한 시리즈로 30~40% 저렴하게 생활 필수품을 판매해 주목 받았다. 또 이마트24도 2천900원 도시락과 상당수 4천원대 도시락으로 구성해 판매 중이다.
짠물소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5천원이 최고가인 다이소다. 이곳은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저가형 균일가 정책으로 용돈을 받거나 비교적 벌이가 적은 10~3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끈다. 제품 가격군은 ▷500원 ▷1천원 ▷1천500원 ▷2천원 ▷3천원 ▷5천원 6가지로만 구성했다.
다이소는 이 같은 전략을 통해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 10월 다이소몰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21만7천571명으로 지난해보다 124.8% 증가했다.
아성다이소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다이소 매출은 전년 대비 17.5% 증가한 3조4천604억 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9.4% 늘어난 2천617억 원을 달성했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고물가로 소비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면서 가성비 균일가 상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매출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백화점 명품 매출은 크게 둔화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신세계백화점 명품 매출 신장률은 11.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 46.9%와 상당한 격차다. 현대백화점은 38.4%에서 11.5%, 롯데백화점은 2021년 35%에서 올해 5%로 급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안정이 우선돼야 이런 현상이 사라질 것"이라며 "유가 안정과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이 기대돼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미국과 같이 생산성 향상으로 실질임금이 향상되도록 규제 개혁이 필수적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짠물 소비 =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소비자들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려는 소비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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