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은행이 살아야 지방경제가 활성화됩니다."
지방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지역은행 정체성에 대한 재확립이 필요하고, 지역은행에 관한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이전 공공기관과 지역의 상생방안 모색' 주제 세미나에서 나왔다. 이날 경제 전문가 5명은 토론에 참여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은행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 정순여 제주대 회계학과 교수
이전 공공기관과 지역은행의 상생 방안과 관련해 우선 공공기관을 평가할 때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도를 반영하는 내용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비율을 법제화한 조항이 있는데, 이처럼 지역은행 이용비율을 법제화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법제화하는 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이 법제화를 해서라도 지역은행을 살리고, 또 지역은행이 살아나는 것이 지역 소멸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이 법제화가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법제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또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계획 중인 가운데 산업과 연결하지 않으면 공공기관 이전 자체가 실패 사례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산업과 연관하면 성공적일 수 있다는 연구가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전 공공기관과 지역 협력 방안 중 하나로 공공기관과 지방정부가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지역 상생을 위해 협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중간에서 중개인 역할을 할 기관·조직이 필요하고 대학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 정진철 조선대 경영학부 교수
지방은행이 '지방을 살리는 데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정체성부터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방은행이 지방을 살리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려는데 무엇이 필요한지,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데 있어서 지방은행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작점이 필요하다. 지방은행 정체성을 지방시대를 이끌어가는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더 강화하고, 그런 가운데 필요한 여러 움직임과 논의들이 더해진다면 지역 균형발전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지방소멸이라는 말을 크게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정말 실감해야 한다. 이건 국가 전체의 경쟁력 문제다. 지방소멸 문제에 대해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는 식으로 접근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정부에서 지방시대위원회를 통해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을 해 가면서 같은 방향으로 궤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지방에 많이 투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돈이 정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에 대한 주체적인 역할을 지방은행에서 할 수 있고, 역할에 대한 중대성이 있기 때문에 관련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균형발전하려면 지방이 발전하고 자생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서 산업과 구성원들의 마인드 같은 것들이 모두 일관성을 갖춰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권태용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여러 가지 연구를 보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자체가 양적인 측면에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지는 시점 전후로 아주 단기적인 데 그치고, 지방 이전에 따라 지역 산업계와 시너지 효과를 높여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유의미한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이전을 완료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려면 종합적인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오면 지역에 요구하는 것이 있고, 또 지역사회가 이전 공공기관에 요구하는 게 있을 텐데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의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에는 지방은행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지방은행이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다. 이전 공공기관 운영자금 일부를 지방은행에 예치하는 건 당연히 필요하고, 사실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지역 중소기업을 키우고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행 지방은행 정책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의무 대출비율을 시중은행과 똑같이 50%로 낮췄는데, 역차별을 없애기 위한 것이지만 지역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지방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일 유인이 될 수 있다. 이런 걸 포함해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이 축소되지 않도록 지방은행에 혜택을 주는 등 은행 정책을 다각도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정희 국토교통부 혁신도시정책총괄과장
현재 가장 중대한 국가적 과제가 저출산 문제와 지역 균형발전이다. 정부에서는 균형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이전 공공기관은 지방에 내려가 지역 발전을 이끌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실한 강점이 있다. 이전 공공기관은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발전 계획을 수립해 집행하고 있는데, 주요 분야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민 삶의 질 개선이다.
실질적으로 이전 공공기관은 지역에 내려가 여러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다양한 문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문화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보면 아직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의 지역 기여를 위해 국토부도 지역에서 활발한 사업들이 벌어질 수 있도록 지역발전 계획 수립에 대한 지침을 매년 보완해 기관으로 시달하고 있다. 또 우수한 사례들을 발굴해 발표회 등의 형태로 성과 확산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 발전에 기여한 부분 중에 그동안 공백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제도 상 뒷받침이 없는 상황이고, 기관 자율에 맡기고 있어 한계가 분명한 상태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있어 금융의 역할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국토부도) 고민하고 있다. 다만 금융 특성상 자금 성격을 따져봐야 하고, 공공기관마다 성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과 긴밀히 협력할 사안이기 때문에 우선 의견을 귀담아 듣고 실무적으로 잘 뒷받침하도록 노력하겠다.
◆ 김진범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지역은행을 금융당국의 감독이나 규제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지방시대위원회나 국토교통부가 균형발전 정책을 함께 추진하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지역은행이 단순한 민간 기관이 아니고 공적인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지역은행을 단순한 영리기업이 아닌 혁신도시 정책이나 균형발전 정책 파트너로 활용해 지금보다 더 나은 혁신도시 정책의 성과가 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역은행의 주요 고객은 주민과 지역기업이다. 결국 지역은행이 돈을 벌면 주민과 중소기업이 돈을 버는 개념이기 때문에 그만큼 지역은행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앞으로는 지역 주민, 산학연과 더불어 지역은행을 활용해 균형발전 정책 성과를 극대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지역은행 참여를 보장할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
각종 균형발전 정책과 관련한 계획이나 사업이 많은데, 여기에 하나의 이해 관계자로서 지역은행을 공식적인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도록 해 산학을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부여하고, 지역은행이 계획이나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역은행이 대출을 기반으로 한 기술과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는데 이를 이해 관계자에 공유하고, 정부는 그에 대한 대가로 재정적인 장치를 마련해 주는 식으로 서로 '윈윈'(win-win)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더 큰 위기 온다…'위증교사' 재판에 쏠리는 눈
박근혜 전 대통령, 與 TK 중진들과 오찬…"잘 됐으면 좋겠다"
민주당, 선거비 434억 어떻게 갚을까…여의도 당사 매각해도 340억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서 TK 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
'의원직 상실형' 이재명, 최종심까지 정국 혼돈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