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학습의 효과는 오래도록 지속된다. 특히 인지능력과 감수성이 발달하고 정체성이 형성되는 학창 시절의 기억은 신기하리만치 잊히지 않는다. 교사가 주도하는 전통적인 학교 교육시스템 속에서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어진 과업의 수행을 수동적으로 반복하며 영문도 모른 채 경쟁에 내몰렸던 경험은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다.
인구 감소, 경제적 부담, 노동시장의 가치 변화 등 여러 요인으로 대학 진학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학창 시절의 경쟁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으로 귀결된다. 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대학 교육의 기초가 되는 학문을 중심으로 시험 영역이 구성되며 음악을 비롯한 예술 분야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수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음악 교과는 학교 교육에서도 소외 받는 실정이다. 예술대학의 입시는 경우에 따라 이론시험이나 면접을 추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수능과 실기시험 만으로 평가가 이루어져 전공에 대한 학문적 배경을 검증하는 경우는 드물다.
용어 정리는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향후 전개될 학문적 논리의 기초가 되는 매우 중요한 학습의 과정이다. 일방적 방식의 주입식 교육을 통해 학습된 용어들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개념으로 정의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빠르기말은 단순히 느리게, 보통 빠르기로, 빠르게 등 연주 속도를 나타내는 용어라 배웠지만 '그라베(Grave: 무거운)', '라르고(Largo: 넓은, 광대한, 충분한)', '아다지오(Adagio: 차분히, 주의 깊게, 진중하게)', '안단테(Andante: 평범한, 보통의)', '모데라토(Moderato: 온건한, 온화한)', '알레그로(Allegro: 명랑한, 쾌활한)', '비바체(부산한, 활발한, 신속한)', '프레스토(Presto: 급하게)' 등 몇 가지만 살펴보더라도 사전적 의미가 생략되어 암기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좋은 스승을 만나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갖는 것은 인생의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의 음악가이자 교육자인 나디아 불랑제(Nadia Boulanger)는 제자의 개성과 독창성을 존중해 스스로 자신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예술성을 발전시키도록 이끌었다.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아론 코플랜드(Aaron Copland),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 퀸시 존스(Quincy Jones), 필립 글래스(Philip Glass) 등 그녀의 지도를 통해 성장한 음악가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업적을 이루며 전 세계 음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Abraham Maslow)는 인간의 타고난 욕구를 강도와 중요성에 따라 진행되는 계층으로 분류했는데 '자아실현의 욕구'를 최종 단계로 봤다. 이는 자신의 가치와 목적에 따라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로 장소와 형식에 국한되지 않고 전 생애에 걸쳐 이뤄지는 교육과 학습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교육은 학습을 유도하고 학습은 교육으로 심화된다. 이 둘은 상호보완적 관계로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의 성장을 촉진한다.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이재명 '위증교사' 법정구속 체포동의안 불필요, 형량 위증자보다 무거울 것"
민주, 이재명 1심 선고 후 첫 장외집회…5대 사법리스크 처리 시작
[사설] 국회의원 임기 다 마치고 당선무효형 윤미향, 이게 정의(正義)인가
김앤장 출신 이소영, 이재명 판결에 "낙선자 엄벌 안하는데, 허위주장 많은 尹은 불소추특권"
이재명 더 큰 위기 온다…'위증교사' 재판에 쏠리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