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북한의 아웅산 폭탄 테러 당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최재욱 전 환경부 장관이 17일 0시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4세. 최 전 장관은 최근 2년간 뇌경색으로 투병해왔다.
1940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북고,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했다. 1980년 전두환 대통령 당시 대통령 공보비서관에 임명됐다.
1983년 10월 전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했다가 미얀마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에 휩쓸렸다. 고인은 테러 현장 단상에서 전 대통령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공식 수행원 15명 중 한명이었다. 당시 현장에서 13명이 숨졌고, 이기백 당시 합참의장과 고인만 살아남았다. 이기백씨가 지난 2019년 별세한 뒤 고인이 테러 현장에 있던 공식 수행원 중 마지막 생존자였다.
고인은 생전인 2015년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웅 산 테러를 두고 "남의 나라에서 (해당 국가의) 주권을 짓밟고 테러를 하는 것은 인류역사상 없던 일"이라면서 "상상할 수 없는 야만적인 일을 북한이 저질렀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웅 산 테러에서 생존한 뒤 삶에 대해 "덤으로 주어진 인생이니 제 딴엔 최선을 다했다"면서 "맡겨진 임무 하나하나 하는 것은 내 생의 기쁨이라기보다 나라를 위한 보답이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은 1986∼1987년 경향신문 사장을 지냈고,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전국구 국회의원이 됐고,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는 민주자유당 후보로 대구 달서을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1998∼1999년 환경부 장관, 2000년 1월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한국신문상(1972), 세네갈정부 녹십자훈장(1982), 홍조근정훈장(1985), 국민훈장 모란장(1987)을 받았다.
유족은 아들 최효종(법무법인 린 변호사)씨와 딸 최다혜(미국 사우스앨라배마대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18일 오후 1시부터 조문 가능), 발인 20일 오전 8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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