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언행과 운명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에 2년을 선고 받았다. 2심과 대법원에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고, 피선거권이 박탈돼 제21대 대선(大選)에 출마할 수 없다.
이달 25일로 예정된 위증교사 혐의 선고 공판은 검찰이 징역 3년 구형한 재판이다. 지난 해 9월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위증 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바 있다. 유죄 선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서 금고형(禁錮刑) 이상(집행유예 포함)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사건과 무관하게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다음날인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외쳤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정치 생명'은 대단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황건적의 난
중국 후한(後漢·기원후 25년~220년) 말, 황건적의 난(黃巾賊의 亂)이 발생해 전한(前漢: 기원전 202년~기원 8년)과 후한 포함 4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나라의 명줄을 끊었다. 우리가 잘 아는 삼국지의 삼국시대(위·촉·오)가 개막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장각(張角)은 태평도의 교주로 황건적의 난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태평요술'이라는 주술 책을 익혀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주면서 세력을 모았다. 장각의 제자들은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술로 환자들을 치료했고, 백성들은 태평도만 믿으면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 날이 갈수록 태평도를 믿는 사람들이 불어났다. 장각은 자신을 따르는 수만 명의 무리를 군사조직으로 편성했다. 이들이 항상 누런 수건을 이마에 두르고, 황색기를 군기(軍旗)로 사용했기에 '황건적(黃巾賊)'으로 불리었다. 아픈 사람, 굶주린 사람을 돕던 장각은 세력이 커지자 천하를 뒤엎을 야심을 드러냈다. 황건적의 난이 시작된 것이다.
황건적의 위세는 중국 중원을 휩쓸었다. 관청을 습격하고, 관리를 죽이고, 양곡을 약탈했다. 투항하는 자는 부하로 삼고, 대항하는 자는 가차 없이 죽였다. 그 세력이 워낙 강하고, 행태가 악랄해서 지방 성주들은 불안에 떨었다.
후한 황실은 황건적 토벌에 나섰지만 황실의 군대로는 황건적을 막을 수 없었다. 황실은 전국의 지방 군웅들에게 '황건적을 토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방에서 실력을 키우고 있던 군웅들에게 이 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 동탁, 여포, 조조, 원소, 원술, 손견 등이 관군의 이름으로 출전했고, 유비, 관우, 장비 등은 의병을 일으켜 황건적 토벌에 나섰다. 명분은 황건적 토벌이었지만 여러 군웅들은 중원(中原)으로 나아가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장각은 굶주린 백성, 병든 백성들을 구하는 지도자로 민심을 얻었지만 '세상을 뒤엎고 주인이 되겠다'는 욕심으로 난을 일으키면서 약탈과 전쟁의 길로 걸어갔다. 황건적은 강하고 잔인했지만, 전국에서 몰려든 관군과 의병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쇠약해지던 황건적은 장각의 갑작스러운 병사(病死)로 와해됐다.
황건적은 토벌됐지만, 후한은 회생이 불가능했다. 황건적도 망하고, 후한도 망한 셈이다. 장각과 황건적의 역할은 후한의 멸망을 앞 당기고 전국의 군웅들이 세력을 키우고 세상으로 나오도록 하는 마중물이었다.
◆이재명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측은 내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가장 방어하기 쉬운 사건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1심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국회의원직 상실, 피선거권 5년 박탈)이 나오더라도 2심과 대법원에서 100만원 미만형(유죄는 인정하되, 국회의원직도 지키고, 피선거권도 유지하는 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받고 있는 4개 재판 중에서 가장 방어가 쉽다고 생각한 공직선거법 재판, 법원이 정치적으로 가장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첫 번째 재판에서 징역형이 나온 것이다. 치명적이다. 정치적 압박 부담이 큰 선거법 사건 1심 재판부가 징역형을 선고한 만큼, 위증 교사 사건 1심 재판부는 심리적 부담을 덜게 됐다는 점에서도 이 대표에겐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25일 1심 선고가 예정된 위증교사 혐의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보다 유죄 선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법조인들은 법원이 위증교사 사실을 인정할 경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지난 15일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 공판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에 대해 재판부는 '국토부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당시 성남시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앞으로 있을 '백현동 개발 사건' 재판에서 이 대표의 배임 혐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대표로서는 산 넘어 산이다.
◆장각의 그림자
이재명 대표에게는 황건적의 난을 이끌었던 장각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장각이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도와주며 세력을 키웠듯이 이 대표도 '인권 변호사' 활동을 한 바 있다. 장각은 '황건적의 난'으로 후한을 망하게 하고, 전국의 군웅들에게 중원으로 치고나올 길을 열어주었다. 이재명 대표는 친노(親盧:친노무현계)·친문(親文:친문재인계)이 아니면 주류가 될 수 없었던 민주당에서, 친노와 친문을 몰아내고, 새로운 세력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정치적 역할을 마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민주당 안팎에서는 군웅들이 꿈틀거릴 것이다. 겉으로야 화난 표정으로 "너무 가혹하다" "이재명을 지키자"고 외치지만, 속으로는 "기회는 왔다"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윤석열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조국 "尹 정권 조기 종식"
尹 회견때 무슨 사과인지 묻는 기자에 대통령실 "무례하다"
서대구역 aDRT 이달말부터 운행될 듯…동성로 이어 '서대구역 활성화' 목표
"고의로 카드뮴 유출" 혐의 영풍 석포제련소 전현직 임직원 1심 무죄
유승민 "이재명 유죄, 국민이 尹 부부는 떳떳하냐 묻는다…정신 차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