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저평가)가 심화하는 가운데 경기 안정화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산업 구조 개혁을 통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경제 구조개혁 작업은 속도가 나지 않고 있고 정부가 내수 부양을 위한 뚜렷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시, 원화 가치 세계 최고 수준 하락세
올해 들어 국내 증시와 원화 가치가 9%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는 8.98% 하락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경제 제재를 받아 20.79% 하락한 러시아 RTS지수에 이어 두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올해 들어 코스닥 하락률은 20.90%로 러시아 RTS지수보다 더 높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4만9천900원까지 하락했다. 지난 8월 8만원을 넘어서며 '10만전자' 기대감을 높인 삼성전자는 4년 5개월만에 '4만 전자'로 내려왔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 13일 1,410원 선을 넘어서는 등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화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올해 들어 원/달러 가치는 7.92%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가운데 통화 가치가 원화보다 더 많이 떨어진 것은 엔화(9.67%)정도 밖에 없다. 이밖에 ▷유로화(5.11%) ▷중국 위안(1.85%) ▷파운드(1.08%) ▷호주 달러(5.67%) ▷대만달러(5.99%) 모두 달러 대비 약세였으나, 원화보다 절하율이 낮았다.
특히 우리나라 원화와 주식 가치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약세를 보이자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나 경제 기초 체력이 떨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반도체 중심 경제 구조 한계…구조 개혁, 경기 부양책 카드 꺼내야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트럼프 정부와의 무역 갈등이 생길 경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박석길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수출 주도, 제조업 위주 경제"라며 "최근 지정학적 환경 변화나 이번 트럼프 당선에 따라 제조업 비교 우위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있다는 게 원화 약세·국내 증시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도 주식·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에 심각한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독점적 지위를 뒷받침했던 저비용·대량생산 능력은 이제 중요한 잣대가 아니게 됐고,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저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반도체 업종에서 삼성의 독보적인 위상과 그에 따른 프리미엄은 모두 반납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하락세를 탈피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구조 개혁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이 안 높을 때는 오히려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새로운 산업 구조군으로 흩어져서 가야 한다"며 "반도체 편중이 심한데, 어느 쪽으로 다변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기 부양책을 통한 내수 경제 활성화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경기 사이클 안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라며 "구조개혁은 선이고, 경기 부양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문화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내수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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