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국 증시의 위기, 내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국 증시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주요국 주가지수 중 코스피만 뒷걸음질쳤고, 코스닥 하락률은 20%에 육박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후 강(强)달러와 무역분쟁 우려에 삼성전자는 '4만전자'로 떨어졌고, 코스피는 장중 2천4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지난주 낙폭(落幅)은 팬데믹 이후 주요국들이 일제히 금리를 올리던 2022년 9월 30일(5.87%)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대다. 개인 자금의 이동도 심상찮다. 미국 주식과 가상 자산으로 돈이 빨려 든다. 5대 은행의 14일 기준 요구불예금(要求拂預金) 잔액은 587조6천억여원으로, 보름 전보다 10조원 이상 줄었다. 적금 잔액은 같은 기간 8천억원가량 줄었고,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7천500억여원 늘었다. 미국 주식과 가상 자산 시장에는 돈이 몰린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미국 대선 직후 최고액을 기록했고, 국내 5대 가상 자산 거래소의 하루 거래액이 무려 15조원대에 달했다.

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으로 무역 갈등 심화와 반도체·자동차 등 일부 산업 편중(偏重)뿐 아니라 근본적 한계 봉착(逢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폭증한 가계 부채에 따른 내수 부진,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장기 저성장 우려다. 늘 있던 위험이다 보니 위기감조차 희미해졌다. 게다가 20여 년 전부터 집값에 매몰된 경제 정책, 성장률 달성에 안주하는 상황 인식, 포퓰리즘 냄새만 풀풀 풍기는 구조 개혁 탓에 국가경제를 주도할 신성장동력은 방향조차 못 찾았다. 당장 경제 활력 되찾기에 총력전을 펴야 한다. 부족한 세수 확충을 위해 과감한 정책 전환도 필요하다. 트럼프 심기(心氣)만 살피기엔 상황이 매우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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