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프로야구 무대에서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면 투수들이 상위 라운드에 지명되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 9월 열린 드래프트 때 2, 3, 4라운드에서 야수를 골랐다. 팀 상황을 고려했으나 그만큼 기대치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마무리 훈련에는 상위 순번에 지명된 야수 셋 모두 동행했다. 2순위 유신고 출신 내야수 심재훈, 3순위 마산용마고 출신 내야수 차승준, 4순위 대구상원고 출신 외야수 함수호가 그들. 심재훈은 내야 최대어였고 차승준과 함수호는 고교 홈런 1, 2위였다.
삼성의 3루수와 유격수 자리엔 2022년 나란히 입단한 신예 김영웅과 이재현이 버티고 있다. 다만 2루수로는 이들만큼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준 신예가 없다. 심재훈은 그 자리를 꿰찰 후보로 꼽힌다. 박진만 감독이 전설적인 내야수였던 만큼 수비에 대한 눈높이가 높고. 훈련은 강도가 세다.
심재훈은 "얘기를 들은 것처럼 펑고(코치가 쳐주는 타구를 받는 수비 훈련)가 힘들긴 하다. 손주인 코치님이 동작 하나하나 세세히 다시 가르쳐주신다"면서 "구장의 흙이 검은 빛이다 보니 글러브가 더 빨리 더러워진다. 닦느라고 애를 먹고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김호진, 양도근 등 내야수 선배들이 막내인 심재훈을 잘 챙긴다. 그 덕분에 심재훈도 빨리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1군에 올라가 최대한 시합에 많이 나가는 게 심재훈의 목표. 그는 "야구장에서 몸 사리지 않고 뛰겠다. 팀이 승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고 했다.
함수호는 대구 출신이라 홈 팬들의 기대가 더 크다. 함수호도 어린 시절부터 삼성 야구를 보며 자랐다. 그리고 삼성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꿈이 이뤄졌다. 그는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빨리 안 불려 초조했다. 어느 팀이라도 가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삼성이 지명해줘 정말 기뻤다. 행운이다 싶었다"고 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은 빠른 배트 스피드. 빠른 공은 잘 치는 대신 변화구 대처 능력을 좀 더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게 함수호의 말이다. 빠른 시일 내에 중심 타선이 되는 게 그의 목표. 선수 시절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스윙을 하고 싶어한다.
이종욱 코치가 함수호에게 외야 수비를 지도한다. 아침마다 일대일로 붙어 하나하나 가르친다. 함수호는 "동작이 뚝뚝 끊어지지 않고 물 흐르듯 부드럽게 움직이라는 말씀을 해주신다"며 "수비는 몰라도 타격에선 선배들에게 밀릴 생각이 없다. 홈런 타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까진 팀(대구상원고) 내 최선참이었는데 여기선 막내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에 전력투구다. 함수호는 "형들과 달리 나는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할 입장이 아니다. 뭐라 하는 사람이 없지만 알아서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차승준은 장타력이 최대 장점이다. 체구(키 182㎝, 몸무게 90㎏) 건장한 만큼 힘이 좋다. 고교 시절엔 주로 3루수로 뛰었는데 아직 수비가 약하다는 게 스스로 꼽는 단점. 한때 삼성의 3루를 책임졌던 조동찬 코치가 차승준을 챙긴다.
차승준은 "선배들의 빠른 움직임이 아주 인상적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수비가 미숙하다. 코치님은 리듬감을 주면서 공을 잡으라고 말씀해주신다"며 "선배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겠다. 구자욱 선배님처럼 팀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박진만 감독도 이들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는 "심재훈은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 힘과 속도 모두 좋다. 지금 정도면 실전에 내세워도 되겠다 싶을 정도다. 일단 2루 자원으로 보고 그 부문 훈련에 좀 더 시간을 할애 중"이라고 했다. 차승준과 함수호에겐 "경기에 뛰는 걸 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좋아지고 있다. 타격 솜씨가 괜찮다"고 전했다.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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