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내년도 본예산안은 올해 본예산 10조5천억원보다 3천400억원 증가한 10조9천억원 규모이다. 증가율은 3.2%로 내년도 중앙정부 총지출 증가율과 동일한 수준이다. 내년도 예산 규모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감소한 올해 예산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반등했다.
내년도 세입은 지방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국고보조금이 올해보다 2천800억원 정도 증가한 데 힘입어 올해 세입 대비 4천2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시비를 의무적으로 매칭해야 하는 국고보조금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 지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짐에 따라 주요 시세인 취득세 등이 올해보다 301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지방교부세가 작년 56조4천억원, 올해 30조원 규모로 2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해 대폭 증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대구시는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신규 지방채 발행 없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했다. 중앙정부의 내년도 예산안도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지만, 올해보다 81조2천억원 늘어난 국채를 발행할 전망이다. 신규 지방채 발행 등 다른 세수 확보 대책 없이 대구시가 내년도 세수 감소 전망에 맞게 세출예산을 편성하다 보니,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기정예산의 감축이 불가피하였다. 내년도 본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지출 구조조정으로 세출 요구액 기준 2조원 정도(예산안 10조9천억원 대비 18%)를 절감하였는데, 이런 규모는 중앙정부의 내년도 지출 구조조정 규모 24조원(예산안 677조4천억원 대비 3.5%)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이번 지출 구조조정 과정은 사회복지 분야 등 국고보조 사업, 구·군 조정교부금, 교육비특별회계전출금, 징수교부금 등 법정전출금, 재난관리기금 등 법정기금전출금,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재정지원금 등 의무 지출적 성격을 가진 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경우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집행 가능성이 낮은 예산, 사업 계획이 부실하거나 성과가 미흡한 사업, 유사·중복 사업 등을 우선적으로 정리하였다. SOC 사업의 경우 신규 사업을 억제하고 마무리 사업 위주로 착공 연기·공기 연장 등의 방법을 통해 조정했다.
신규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는 대구시의 건전재정 기조에 대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등 여러 가지 우려가 있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 대규모 세수결손에 따른 지방교부세 미교부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대구시의 경우 재정 운용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앞으로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해 중장기적인 국세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보여 이전 재원 수입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지출 측면에서 내년도 예산의 50%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한 복지지출이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계속 증가하고, 대구경북신공항,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 대구 혁신 과제 수행에 따라 재정 여건 악화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신규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는 예산 편성은 불가피했다.
과거와 달리 재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지방재정은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로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물론 현재의 여러 가지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향후 경제·사회적 변화에 대처하고 대구 미래 5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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