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가출한 자식이 떠넘긴 손주 둘 키우는 할머니…추운 겨울 갈 곳 없어

집안 형편으로 학업 포기, 원치 않은 임신으로 결혼
폭력·가출 일삼던 도박쟁이 남편, 셋째 임신 후 연락 끊겨
지난해 첫째가 초등학생 아이 둘 맡기고 잠적
곰팡이·물건 가득한 집에서 두 손주와 생활…이달 말까지 집 비워줘야 돼

유선희(54·가명) 씨가 물건이 가득 쌓인 좁은 집에서 자신의 불편한 다리를 주물러주는 손주들을 보며 미소짓는 모습. 김지효 기자
유선희(54·가명) 씨가 물건이 가득 쌓인 좁은 집에서 자신의 불편한 다리를 주물러주는 손주들을 보며 미소짓는 모습. 김지효 기자

"엄마 이야기로 책 서른 권도 더 내겠다."

유선희(54·가명) 씨가 자신의 막내아들에게 들은 말이다. 가정 형편 때문에 수차례 학업과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는 사연은 이어질 이야기에 비해 자칫 흔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선희 씨가 원치 않은 임신으로 결혼한 남편은 도박 빚 가득한 난봉꾼이었고, 폭력과 가출을 일삼다 연락이 끊기면서 홀로 세 아이를 키워야 했다. 먹을 것 덜 먹고 입을 것 아껴가며 아등바등 모은 전 재산은 사기로 잃었고, 가출을 일삼던 자식들은 수년 만에 나타나 어머니에게 손주를 떠넘기고 잠적해버렸다. 세상은 왜 이리 무심한지, 하고 많은 사람들 중 왜 나 홀로 이 불행을 다 떠안는 것 같은지. 집세가 밀려 추운 겨울 두 손주와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한 선희 씨는 오늘도 하늘을 원망한다.

◆난봉꾼 남편에게 수차례 배신당해…아이들은 가출

선희 씨는 강원도 속초에서 어부의 딸로 태어났다. 7살 때까지 자신 위 형제자매는 언니 한 명인 줄로만 알았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대구 북구로 이사 오며 언니 세 명이 더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섬유공장을 다니며 야간학교에서 공부하던 언니들은 선희 씨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선희 씨가 초등학교 5학년 때쯤, 대야 공장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다리를 다쳐 일을 그만뒀다. 어머니가 밭일로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중학교 졸업을 앞둔 선희 씨는 부모님께 언니들처럼 섬유공장에 들어가 돈을 벌겠다고 말했지만, 막내딸은 꼭 공부를 시키고 싶다는 아버지의 만류에 공장 대신 여자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위암 3기를 진단받은 어머니를 병간호하며 학교에 다니던 선희 씨는 은행에 취업했다. 허드렛일만 시키는 회사에 싫증이 나 일을 그만둔 선희 씨는 호텔 캐셔로 일하다 직장 동료인 한 남자를 만났다.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지만 막무가내로 선희 씨 집에 찾아와 눌러앉아 버린 남자는 선희 씨를 임신시켰고, 선희 씨는 어쩔 수 없이 남자와 살림을 차렸다.

난봉꾼이었던 남자는 생활비를 한 푼도 주지 않았고 도박 빚만 3억이 넘었다. 게다가 선희 씨가 첫째를 낳자마자 둘째를 임신시키고 잠적했다.

20대 후반의 선희 씨는 아이들을 시댁에 맡기고 친구와 함께 서울에 올라가 장사를 시작했다. 생전 처음 살아본 서울은 선희 씨에게 꿈을 품게 했다. 친구 가게 일손을 도우면서 미뤄뒀던 공부를 틈틈이 해 서울의 한 의과대학에 합격한 선희 씨는, 들뜬 마음으로 교정을 오간 지 1년도 되지 않아 아버지가 후두암으로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학교를 자퇴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힘든 마음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견뎠다.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서 장사를 이어가던 선희 씨는 친구와 함께 점포를 옮기려다 부동산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잃었다. 선희 씨는 모든 걸 정리하고 대구로 내려와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31살이 되던 해, 남자가 '다시 시작하자'며 선희 씨를 찾아왔다. 선희 씨는 아이들 생각에 남자를 받아줬지만, 같이 산지 한 달 만에 임신한 선희 씨에게 중절수술을 요구하다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다. 식당 허드렛일, 홀 서빙, 학교 급식 조리사 등으로 일하며 세 아이를 부양하는 건 오로지 선희 씨 몫이었다.

10년 가까이 밤낮으로 일했으나 언제나 생활고에 시달렸다. 둘째는 가출을 일삼으며 속을 썩이다 연락이 끊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까지 집 안에서 낙상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셨다. 언니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마자 살던 집을 경매에 넘겼고, 선희 씨는 집에서 쫓겨나 피붙이들을 데리고 곰팡이가 핀 집으로 이사를 했다. 고등학생이 된 첫째마저 갑작스럽게 가출해 연락이 두절된 이후로, 선희 씨는 어린 막내만 바라보며 살았다.

◆손주 떠넘기고 연락 두절된 첫째…생활고·주거 퇴거 위기 시달려

그 후로 4년이 흘렀을까, 가출한 첫째가 아이를 업고 선희 씨를 찾아왔다. 이후 10년간 자신이 필요할 때마다 엄마를 찾아오던 첫째는 지난해 중순, 말도 없이 자신과 자신의 아이 둘 주소를 선희 씨 집으로 옮겼다. 선희 씨는 기초생활수급비가 끊기고 난 뒤에야 자신에게 부양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해 8월, 첫째는 아이들을 선희 씨 집에 데려다 놓고 잠적했다. 유일하게 남은 셋째는 두 달 뒤 입대해 집을 떠났고 선희 씨는 홀로 남아 손주 둘을 돌봤다.

당뇨 합병증을 앓는 선희 씨는 양쪽 다리가 모두 불편해 경제능력이 없는 상태다. 지난달 검사한 혈당 수치가 500을 넘겼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아 하루 네 번 인슐린 주사를 맞고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해야 했다. 다행히 지난 7월부터 140만원 정도의 수급비를 다시 받게 됐지만, 카드값 30만원, 통신비 및 소액결제 40만원, 공과금 15만원, 식비 80만원, 손주들 교육비 15만원,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대여 8만원, 병원비 15만원 등을 지출하고 나면 돈이 항상 모자랐다.

집세는 수개월이 밀려 이번 달 말까지 집을 비워줘야 하지만, 추운 겨울 이사할 보증금도 목돈도 없어 고민이 컸다. 선희 씨는 자신만을 바라보고 크는 어린 손주들을 보며 매일 눈물 섞인 한숨을 짓는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아이엠뱅크(구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소아암 말기 앓는 아이 엄마 강연주 씨에 2,597만원 전달

빚으로 얼룩진 결혼생활을 하며 소아암 말기 앓는 아이를 키워야 하는 강연주 씨(매일신문 11월 5일 10면 보도)에게 2천597만7천649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삼이시스템 10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김나현 10만원 ▷안현숙 5만원 ▷이현목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박임상 2만원 ▷송재일 2만원 ▷신종욱 2만원 ▷이윤정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양태자 1만원 ▷가지영 5천원 ▷김진혹 5천원 ▷'나노김동현' 7만원 ▷'은행이자로돕기감사' 7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 남편 병간호·부채에 지친 조미연 씨에 2,807만원 성금

병간호하던 전 남편 임용훈 씨가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고 빚을 떠안은 채 아이들과 남겨진 조미연 씨(매일신문 11월 12일 10면 보도)에게 42개 단체, 223명의 독자가 2천807만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철우)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두드림정신건강(정진영) 10만원 ▷무주상보시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우성약국(허창옥)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신통신㈜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채석연 최동국 각 100만원 ▷김진숙 이명숙 각 50만원 ▷유주영 이신덕 각 30만원 ▷김용호 박철기 이재일 이종수 각 20만원 ▷곽용 권용일 김현진 김형 노희석 이현숙 장정순 정수연 지용남 천성민 최채령 최현순 황선원 황우원 각 10만원 ▷강혜숙 경규정 권수연 김국향 김기욱 김기환 김미희 김수신 김순향 김용은 김유정 김현성 박성미 박정희 박종천 박진녕 백미화 서정오 송준민 신광련 안대용 유영은 윤지영 이경남 이동욱 이승환 이연진 이용욱 이종하 이창호 임전미 임채숙 장봉수 전영순 전우식 전준석 정원수 정은지 정치범 조영주 최상수 최영철 최종호 최한태 최화영 하경석 하혜련 홍인표 황명하 각 5만원 ▷나선희 3만3천원 ▷권민성 김명환 김민경 김순남 김연숙 김영욱 김종훈 김태욱 김혜숙 변현택 유명희 윤현만 이석우 이용명 이재민 이재열 이정자 임원종 장경숙 조진우 최춘희 최태인 홍동욱 각 3만원 ▷권오영 권유진 권혁찬 기열곤 김영삼 김영수 김인환 김태형 류경숙 방순옥 서숙영 손금란 오미영 이영란 이영철 이윤숙 이해수 정경희 최영환 허정 황순주 각 2만원 ▷PIAO GUANG 강경원 강지원 권두형 김다영 김덕우 김삼수 김상훈 김선철 김성진 김수미 김순희 김주현 김진만 김태천 김형태 김혜진 박부호 박수현 박인배 박진구 박진열 박태용 박혜원 박홍선 백진규 변희광 손희정 신광수 신민경 엄성광 여경희 우철규 유귀녀 윤인주 윤태석 이경희 이미애 이민정 이민하 이승진 이영수 이재근 이주원 장이재 전선수 전정은 전창용 정서원 정연삼 정영민 조영식 차정혜 차준호 최경철 최승연 최재형 허영재 각 1만원 ▷권두영 신혜진 안재현 윤영만 조용인 최진일 각 5천원 ▷박찬준 3천원 ▷이장윤 2천원 ▷최연준 1천원

▷'왕이신나의하나님' 30만원 ▷'victorique' '성암' 각 20만원 ▷'관세음보살님가피를' '사랑나눔624' '예수님의사랑' '주님사랑' '힘내세요!(엄선호)' 각 10만원 ▷'미연씨힘냉' '피땀눈물(로지스올)' '힘내세요~' 각 5만원 ▷'김태규(이웃사랑)' '하나님의사랑' '힘내세요' 각 3만원 ▷'낙동강강변(문정희)' '석희석주' '예수사랑' '좋은날이 올거예요' '힘내세요' 각 2만원 ▷'성동초등(김다현)' 1만2천원 ▷'돕는이' '석미혜(계대)' '오직예수'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도움' '힘내세요' '힘내세요' 각 1만원 ▷'어려운시기돕고복나눔' 6천200원 ▷'수민' '은빈' 각 5천원 ▷'돕는이' 1천800원 ▷'조금이라도돕기나중더' 700원 ▷'어려운시기돕고복받자' 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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