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야수, 특히 내야 세대 교체를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반면 투수진에선 그 발걸음이 더디다. 황동재(23), 이승민(24)이 올해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이들이 포수 이병헌(25)과 호흡을 잘 맞춘다면 삼성 마운드도 한결 두터워질 수 있다.
경북고 출신 우완 투수 황동재는 삼성 입단 후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올해 초엔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어 공을 제대로 뿌리기 힘든 상황을 맞기도 했다. 황동재는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안정을 찾았다. 만족스럽진 못해도 다시 공을 던질 수 있게 돼 뿌듯하다"며 "야구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는데 가족들, 코치님들이 많이 응원해주셨다"고 했다.
시련을 이겨내면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 황동재도 그랬다. 정신적으로 더 성숙해졌다. 아직 선배들에게 배우고 싶은 게 많고, 그들의 장점을 다 빼먹고 싶어한다. 마무리 훈련에선 제구를 좀 더 안정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황동재는 "오승환 선배님의 몸 관리, 마음가짐(멘탈)을 배우고 싶다. 그 나이에, 어떻게 그리 하실 수 있는지 대단하다. 프로라면 저래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며 "승환 선배님과 (김)대우 형에게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성격이 밝아 두루두루 친하지만 같은 투수이자 유쾌한 원태인, 김윤수와 많이 붙어 다닌다. 원태인은 경북고 1년 선배라 더 익숙한 존재이기도 하다. 황동재는 "셋이 뭉쳐 다니며 장난도 치지만 사실은 야구 얘기도 정말 많이 한다. 그런 게 투구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는 두고두고 아쉽다. 2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1이닝을 마치지 못한 채 5실점 후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그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내가 좀 더 잘 던졌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며 "분하고 아쉬웠다. 좀 더 강해지겠다"고 했다.
대구고 출신 좌완 투수 이승민은 한 시즌을 치르며 부족한 게 많다는 걸 절감했다. 특히 확실한 결정구가 없다 보니 어려운 상황을 맞아 고전했다. 변화구를 좀 더 갈고 닦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승민은 "아쉬운 시즌이다. 군 복무 후 복귀하면서 잘 하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의욕이 앞섰다"며 "승부구를 던졌는데 헛스윙이 되지 않고 방망이에 걸렸고,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가운데로 던져야 하는 상황을 많이 겪었다"고 했다.
새 시즌을 맞기 전까지 커브를 좀 더 잘 구사하는 게 이승민의 목표다. 또 팔 스윙, 특히 뒤에서 공을 끌고 나오는 백 스윙이 크게 느껴져 간결하게 다듬는 중이다. 디셉션(투구 전까지 공을 숨겨 나오는 동작)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초처럼 내년 초도 이승민은 5선발 후보군. 하지만 선발, 불펜을 가리지 않겠다는 게 이승민의 각오다. 그는 "이제 긴 이닝을 소화하려고 체력을 안배해 던진다는 생각은 버렸다"며 "매 이닝을 전력 투구하고, 그러다 한 이닝씩 더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고 했다.
이병헌은 올 시즌 베테랑 강민호의 뒤를 받치며 1군에서 포수 마스크를 많이 썼다. 일부 우려와 달리 순탄하게 적응했다. 강민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곤 하지만 외국인 투수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그 덕분에 강민호도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얻었다.
이병헌은 "올해 사실상 1군 첫 해인데 많이 뛸 수 있어 행복했다. 좋은 팀의 일원이 돼 경기에 많이 나설 수 있어 좋았다"면서도 "좀 더 잘했어야 했다. 공수 모두 기량이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했다.
수비에선 그라운드를 맞고 튀어 오른 공을 몸으로 받아 앞에 떨구는 블로킹 연습에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팀을 떠난 이정식 코치, 지금 캠프에 참가 중인 채상병 배터리 코치에게서 도움을 받으며 자세를 수정 중이다.
이병헌은 호기심이 많은 선수다. 영어를 공부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야구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팀에서 기회를 준 건 그만큼 기대한다는 뜻일 것이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기대에 부응하려고 한다"며 "강민호 선배님에게서는 특히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 상황에 맞는 경기 운영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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