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와 인접한 비산7동. 일부 공장에서는 '칙칙'하는 불규칙한 소음과 함께 하얀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이날 급격히 기온이 떨어진 탓에 찬 공기와 만난 뜨거운 염료에서 나오는 연기도 유독 짙어보였다.
염색산단에서는 매캐한 염료 냄새가 짙게 났다. 종이가 타는 듯한 냄새는 바람이 좁은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면서 코를 찔렀다.
이곳 주민들은 수십년째 염색산단 악취를 가장 가까이서 맡고 있다. 최근 악취 피해를 호소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평리동 주민들보다도 염색산단과 직선거리로 약 1.5km 가까운 곳이다.
주민들은 갑자기 날이 추워지는 이맘때면 악취가 유독 심해진다고 했다. 날이 추워지면서 바람 방향이 염색산단에서 주택가를 비롯, 대구 시내로 향하는 북서풍으로 바뀌어서다.
최근 저기압 영향도 이곳 주민들에게는 악재다. 주택 대부분이 1층을 차량 정비공장과 낡은 수퍼마켓 등 상가건물로 쓰고 2, 3층에 거주하는 형태여서 저기압에 악취가 지표면에 깔리면 직격탄을 맞는 구조여서다. 동네에 단 한 곳 있는 아파트마저 지상 5층의 저층이어서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민들은 주말이나 늦은 밤, 이른 새벽이면 악취가 더 심해진다고 털어놨다. 노인과 외국인근로자 비중이 높은 동네 특성상 민원이나 집단 행동을 하기가 어려워 피해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하소연도 했다.
비산7동에서 30년 넘게 살아왔다는 A씨는 "주말이나 새벽에는 단속하는 인원이 없어서 그런지 악취가 평일 낮보다 훨씬 심하다. 이 아파트에 살면서 주말에 창문을 여는 건 꿈도 못 꿨다"며 "오래된 아파트다 보니 냄새가 나도 평리처럼 뭉쳐서 목소리를 못 낸다. 어르신들이 그런 걸 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6월 염색산단이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됐지만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구청이 악취모니터링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평리동 등 염색산단과 거리가 있는 대규모 주택가에 센서를 설치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악취방지법에 명시된 복합악취기준에 따르면 악취를 공장 배출구에서 측정하도록 돼 있는데 지금과 같은 악취 측정 방식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산동에 42년째 살고 있다는 B씨는 "비산7동 주민들은 공단 조성 때 같이 들어와서 산다. 악취는 우리가 훨씬 더 심한데 구청에서는 비산7동을 무시하고 대규모 아파트 주민들만 신경쓰고 있다"며 "구청을 믿지 못한 지 오래다. 업체들이 무서워 굴뚝에 측정기를 대지도 못하면서 낮은 수치만 얘기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은 대규모 주택가를 중심으로 악취 측정을 하되 주기적으로 배출구 측정을 병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구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30회 용역 측정을 실시해 기준치 초과 13건을 적발했다. 적발된 곳에는 개선 권고가 4건, 조치 명령 3건, 조치명령 및 과태료 4건, 개선 명령 2건 등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서구청 관계자는 "지금의 센서식 악취 측정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은 납득하기 어렵다. 기준치를 넘지 않는 게 좋은 것 아닌가"라며 "구청도 5년째 구비를 지원해 대기방지시설 설치를 돕고 있다. 악취 관리를 위해 다른 악취관리지역과 마찬가지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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