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고용 침체, 내수 회복에만 해결 기대선 안 돼

수년 전부터 달라진 음식점 풍경이 어느새 익숙해졌다. 테이블에 앉아 음식 주문과 결제가 가능한 태블릿과 음식 서빙 로봇에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붐비는 식당에선 휴대폰 번호만 남겨두면 사전 음식 주문과 입장 안내까지 착착 이뤄진다. 편리함에 놀라는 새 종업원들이 사라졌음을 망각(忘却)한다. 음식점 등 판매 종사자의 고용 상황이 매우 나빠졌다. 올해 1∼10월 월평균 판매 종사자는 251만8천 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1만 명 줄었다. 코로나19 당시 12만~13만 명씩 줄다가 팬데믹이 끝난 뒤 잠시 주춤하나 싶더니 다시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가 내수 부진의 장기화 때문만은 아니다. 경기 회복기에도 감소 폭만 5만 명 정도로 줄었을 뿐 내리막길은 거침없다.

특히 청년층(15∼29세) 고용 한파가 심각하다. 줄어든 판매직 11만 명 중 5만1천 명이 청년층이다. 내수 부진에다 디지털 기기에 일자리를 빼앗긴 탓이다. 불황 속에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나홀로 점포를 운영하며 디지털 기기를 도입해서다. 소매판매액은 올해 3분기까지 10개 분기째 감소세로, 역대 최장 기록이다. 기획재정부도 도소매업 취업자 감소의 절반가량이 자영업자이며, 과당경쟁(過當競爭)과 온라인화·무인화 추세 강화 등 구조적 요인도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정부 역시 내수가 살아난다고 판매직 고용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될 수 없음을 안다는 뜻이다.

인공지능(AI) 도입 등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 10년 뒤 고용 규모가 13.9% 감소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국내 20개 업종 1천700개 업체와 전문가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디지털 기반 기술혁신과 인력수요 구조 변화' 보고서 내용이다. AI 도입으로 모든 직업에서 고용구조 변화가 진행되며, 사무종사자·판매종사자·장치기계조립·단순노무 직군의 대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코앞으로 다가온 격변의 위기에 대책은 무엇인가. AI 교과서를 배운다고 미래 일자리가 보장될까. 고용률·경제활동 참가율 역대 최고라며 자아도취(自我陶醉)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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