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창 안동시장이 19일 안동시청 청백실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어 17개 행정통합 주요 쟁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권 시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결코 정치‧행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경북도민과 대구시민의 생존권이 달려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행정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후 정치적 합의를 거쳐 법률적 합의를 이루어야만 올바른 통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방소멸과 저출산을 극복해 진정한 지방시대를 여는 것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경상북도와 대구시의 통합발전전략은 현실과 다른 기대효과, 짜깁기식의 특별법안, 허술한 발전 방안뿐이다. 이런 식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490만 명의 경북도민과 대구시민을 위험한 시험에 몰아넣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구는 뉴욕처럼 경제수도로, 경북은 워싱턴처럼 행정수도 만들고 ▷균형발전과 지방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 위임하는 특례는 사전에 지방자치법 등에 명시해야 하며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22개 시군이 각각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통합에 찬성하는 시군이 적어도 2/3가 넘을 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설명회에서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전문가들조차 반대 논리에 명확한 답을 못하고 있다"며 "저를 시군 자치단체 설명회나 각종 행사에 불러달라. 지금의 행정통합이 왜 문제인지를 명확히 설명하는 '일타강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권 시장이 밝힌 대구·경북 행정통합 주요 쟁점에 대한 안동시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대구‧경북이 통합하면 균형발전이 되나?
▶도청 이전 당시, 경북의 북부권은 남부권보다 면적은 크지만, 인구는 27%, 소득은 23%에 불과했다. 이와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경북도청을 북부권으로 이전했으나, 아직도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역 불균형을 더욱 가속할 행정통합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합하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가능한가?
▶정치‧경제‧사회‧문화‧의료‧교육 등 모든 시스템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지방 분권과 재정 분권이 실현되어야 수도권에 인구 절반 이상이 있는 국가비상사태를 막고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 수 있다.
-통합하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 가능한가?
▶출산율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고 소득이 보장된 일자리와 자녀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교육, 보육, 안전한 환경과 같은 정주 여건이 마련돼야 증가한다. 출산율 저하는 취업, 주거, 보육 등의 복합적인 문제다. 대구‧경북이 통합한다고 해서 출산율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통합하면 인구가 증가한다는데 사실인가?
▶통합을 하면 20년 뒤에 대구‧경북 인구가 1천200만명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현재 대구‧경북의 인구를 더하면 490만 명이 된다. 지난해 기준 연간 출생률이 23만 명이다. 20년간 태어난 인구 모두가 대구‧경북으로 이동해도 불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사망 등 인구의 자연 감소를 반영할 때 매년 40만여 명이 태어나거나 타지에서 전입해야 1천 200만 명이 된다. 현재 구미시 인구가 41만 명인데, 이 많은 인구가 1년마다 유입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다.
-통합하면 각종 특례로 기업 유치가 활성화되나?
▶통합한다고 기업이 유치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이유는 정주여건, 인력수급, 물류비용 등의 인프라가 대구‧경북에 비해 훌륭히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수도권만큼 기업하기 더 좋은 환경을 갖추면 대구‧경북에 투자하게 되어 있다. 지금은 통합보다는 경북 중점산업에 적합한 기업친화정책을 발굴하여 지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더 나아가 경북특별자치도를 만들어 기업 유치를 위한 권한 이양에 힘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통합하면 중앙정부의 권한이 기초자치단체로 위임되어 진정한 자치가 실현되나? ▶통합을 통해서 중앙정부로부터 많은 권한을 가져오겠다고 하나 정작 기초자치단체로의 권한 위임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 분권과 재정 분권이 되어야 한다. 광역자치단체인 도의 기능은 줄이고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의 기능을 강화하는 지방자치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의 역량이 강화되는 것이 지방자치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통합하면 대구경북특별시 본청을 어디에 두나?
▶대구경북특별시 본청의 소재지는 반드시 명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청을 정하지 않고 대구·안동·포항 청사를 활용한다고 말한다.
대구시에서는 제1부시장과 기획조정실장이 근무하는 곳이 본청이라고 하는데 경상북도는 현재까지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것은 청사 위치 문제로 갈등이 생겨 통합이 무산될 것을 우려한 까닭이며, 결국 인구가 많은 대구가 본청 소재지가 될 것이다.
-통합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권역별 발전계획을 수립했는데 실현 가능한가?
▶약 136조원이 드는 발전계획을 권역별로 수립해 놓았다. 그러나 이를 실현할 재원 조달계획은 없다. 재원이 없는 상태에서 계획은 무용지물이다. 통합설명회에서 제시한 발전계획은 도청 이전 시 권역별 발전계획, 경상북도장기종합계획과 유사한 것으로, 특별한 것이 없다.
-경상북도는 통합하면 대구를 뉴욕처럼, 안동‧예천을 워싱턴처럼 만든다 하는데 어떤 계획인가?
▶대구를 경제 수도인 뉴욕으로, 안동‧예천을 행정 수도인 워싱턴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행정 중심 수도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대구경북특별시 본청을 현재의 경북도청사에 두어야 한다는 명시는 하지 않고 있다. 통합의 무산을 우려해서 인지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현실성이 없다는 말이다.
-도청신도시를 행정복합도시로 발전시키고자 하는데 통합 특별시의 본청 없이 가능한가?▶북부권을 행정복합도시로 만든다고 하면서 트램, 골프장, 종합병원, 인구정책연구원, 영재‧국제학교, 복합쇼핑타운, 천년주택타운 등을 제안하고 있다. 통합하면 도청, 교육청, 경찰청 등 정부 주요 기관이 없어지게 되므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성장할 수 없다.
행정복합도시의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본청이 없는데 이러한 기관을 유치한다고 해서 행정복합도시 기능을 살릴 수 없을 것이다.
-통합하면 경북도청 소재지인 도청신도시는 어떻게 되나?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목적이라 했던 균형발전은 무산되고 효율성을 내세워 기관은 통합이 급속히 이루어질 것이다. 경북도청 청사는 북부사무소로 격하되고, 경찰청‧교육청‧소방본부‧체육회‧은행 등 '경북'이라는 이름이 들어 있는 모든 국가 및 지방공공기관의 이름은 '대구경북'으로 바뀌고 대구로 옮겨갈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경북의 균형발전을 위해 조성한 도청신도시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인구는 급속히 줄고, 학교는 폐교되고, 부동산 경기는 끝없이 추락할 것이다. 결국 균형발전은커녕 도청신도시는 풀밭만 무성한 유령도시가 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與 TK 중진들과 오찬…"잘 됐으면 좋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서 TK 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
대구경북행정통합 반대하는 북부권 주민들, 타지역 설명회까지 찾아가 시위
민주당, 선거비 434억 어떻게 갚을까…여의도 당사 매각해도 340억
'의원직 상실형' 이재명, 최종심까지 정국 혼돈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