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은 대구문학관의 대표 프로그램인 인문예술과학특강 '2024 문학만개'가 지난 14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9월 5일부터 10주간 매주 목요일마다 유명 작가들을 초청해 그들의 문학과 삶에 관해 소통하는 시간으로, 마지막은 김중혁 소설가의 강연으로 매듭을 지었다. '에세이 잘 쓰는 법'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청중이 참여했다.
김중혁 소설가는 2000년 '문학과 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2008년 소설 '엇박자 D'로 김유정 문학상을, 2012년엔 '요요'로 이효석 문학상을, 2015년엔 '가짜 팔로 하는 포옹'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음악, 영화, 그림 다방면으로 뻗은 관심사로 이동진 평론가와 함께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KBS 2TV '대화의 희열2' 고정 패널로 출연했다.
-대구에서 대학 생활을 했는데 얼마 만에 온건가
▶작년에 강연차 수성구에 왔었다. 계명대 재학 시절, 문학관이 있는 이곳 대구역 인근과 지금은 없어진 대구백화점이 있던 동성로를 누비고 다녔는데 정말 오랜만에 왔다. 반가워서 오는 길에 사진으로 기록했다.
-신간 '영화 보고 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는 영화 77편에 대한 감상이 담겨있다. 책 표지도 직접 그렸다. 영화·미술·음악…취향이 정말 넓은 것 같다
▶중학교 땐 팝송에 꽂혀 있다가, 대학교 땐 영화에서 또 미술로 옮겨갔는데 깊지 않다 보니 크게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얕고 넓게 늘 세상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다가 어떤 부분에 꽂히거나 필요로 하는, 공부해야 될 부분이 생기면 그다음에 깊이 파고들어야 될 시점이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어떤 것에 꽂혀 있는가
▶최근 '내 인생 만화'에 관한 글을 청탁 받아서 '뭐가 있지?' 하고 여러 개를 떠올리다 스누피를 골랐다. 25권으로 완결된 전체 시리즈를 도서관에서 다 빌려서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됐다. 스누피 애니메이션도 보다가 거기 나오는 OST까지 들으면서 이번 주는 '스누피 주간'으로 정했다.
-이렇게 넓은 정보들을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관리하는 방법도 있는가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 요즘 메모 앱이 잘돼있다. 내가 보고 듣고 거기에서 나오는 생각까지 한곳에 다 넣어놓는 창고를 만들어둔다. 새로운 메모 앱이 나오면 무조건 써볼 정도다. 인풋(입력) 대비 아웃풋(출력)을 잘 내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정보량이 많아 인풋에 압도된 사람들이 많은데, 결과물로 남기지 않으면 인풋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본업인 '소설가 김중혁'의 시작은 언제인가
▶글을 쓰려고 국문과에 진학한 건 아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들은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이동순 선생님이 내 글을 보고 "묘사력이 뛰어납니다. 작가를 꿈꿔보세요"라고 써주셨다. 그걸 보고 처음으로 작가를 꿈꿨다.
-25년간의 작품 활동에서 글이 어떻게 변해왔는가
▶처음 데뷔했을 땐 사물에 관심이 많았고 그에 관한 소설들을 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초점이 사람에게로 옮겨진 것 같다. 그러면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더 구체적으로 많이 나왔던 게 초기 작품들과 큰 차이인 것 같다. 최근에는 SF나 판타지 장르에도 관심 있어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이다. 내년에 나올 차기작으로도 꿈에 관한 SF 소설을 쓰는 중이다.
-오롯이 혼자 하는 작업이다 보니 꾸준히 글 쓰는 게 어려울 때도 있을 텐데,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원동력은 자괴감이다. 다양하고 넓은 인풋들을 누리다 보면 하루가 다 가버린다. 그러면 예전엔 부랴부랴 새벽 3시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다던지 그랬던 적도 많은데 이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진짜 원동력은 '낙차'인 것 같다. 글이 너무 잘 써지는 어떤 날과 한 개도 쓰지 않은 날에서 오는 자괴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낙차가 원동력이다. 매일 아침 출퇴근하는 것처럼 꼬박꼬박 쓰는 작가들도 있기 때문에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문학계에 경사가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소설에 관심을 가질텐데, 우리가 살면서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짜 문을 열고 들어간 개인적 삶의 체험도 중요하지만, 스토리라는 가짜 문을 열고 들여다보는 것도 삶에 큰 도움이 된다. 나중에 시간이 한참 지나면 진짜 문과 가짜 문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고, 소설로 경험했던 다른 사람들의 삶도 실용적인 의미에서 도움이 된다. 활자를 읽는다는 게 직접 내가 개입해서 뛰어들어야만 읽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능동적인 일이기도 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작품 중 한 권을 독자들에게 추천한다면?
▶소설로 보자면 일단 '악기들의 도서관'이라는 책이 가장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다양한 연령층이 볼 수 있는 음악 이야기라 재밌을 것 같다. 다음으로 약간 긴 이야기를 읽고 싶으다면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을 추천하고 싶다. 그걸 보다가 지칠 때 에세이를 보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글쓰기는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미리 결론이 나있는 글을 쓰기보단, 어디로 갈지 모르는 여행처럼 미완성의 상태로 글을 써나가셨으면 좋겠다. 이상한 지점에서 글이 끝나더라도,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며 글을 끝내지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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