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이재명의 유죄' 속 주인공들의 삶 [이동재의 캐비닛]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 출석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 출석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재 객원편집위원 (전 채널 A 기자)
이동재 객원편집위원 (전 채널 A 기자)

#1

"뭐 그렇죠…. 병원 치료받고 살아요. 몸이 좋지 않아서. 숨이 좀 막히네요." – 조명현 씨

김혜경 씨 유죄 선고 이틀 전, 조명현 씨와 통화했다. 이제 대중의 기억에서 가물가물한 이름이다. '법카 제보자'라고 하면 크지 않은 체구에 안경 쓴 그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경기도 7급 공무원으로 일하던 그는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부부의 법카 사적 유용 내역을 낱낱이 밝혔다. 그가 언론에 공개한 영수증이 핵심 증거가 됐다. '세금 도둑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평범한 공무원의 평범한 판단이었다.

#2

"나 얼굴이 너무 많이 타버렸어. 오늘 (이재명) 시장님, (유동규) 본부장님하고 골프 쳤다. 너무 재미있고 좋은 시간이었어." - 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 영상메시지 中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으로 대장동 사업 실무를 담당한 고(故) 김문기 씨가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와 2015년 함께 호주‧뉴질랜드로 출장을 떠나 딸에게 보낸 이 영상메시지는 '다잉 메시지'가 됐다. 재판부는 '해외 출장 기간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한 부분이 허위 사실이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영상은 유죄 핵심 증거로 사용됐다.

김 씨는 대장동 수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들은 그가 받던 중압감을 대신 짊어졌다. 아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섰다. 미성년자 고교생 아들은 기자회견도 하고 재판대에 서서 증언도 했다.

의로움과 생계는 달리 가는 법인가 보다. '이재명 유죄 주인공' 조씨와 김 전 처장 가족은 매우 힘들고 어렵게 살고 있다. 조씨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생에 허덕이고, 김 전 처장 아내는 떡볶이 가게에서 소일거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인 지배체제를 완성하고 여전히 압도적인 대권주자로 군림하고 있다. 법원은 2024년 11월이 돼서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 중인 사건 4개 중 선거법 사건 1심 하나 겨우 마무리됐다. 조 씨가 대선 때 폭로한 '법카 유용' 건은 이제서야 추가 기소가 됐다. 수사를 시작한 지 3년이 다 돼 간다.

평범한 사람들이 정치적 사건의 중심에 설 때가 있다. 한창 매스컴이 훑고 지나간 뒤 이들의 삶은 대개 망가진다. 인간관계는 단절되고 이용 가치가 다 하면 손절 당한다. 이름과 얼굴도 팔릴 대로 팔려 세상은 그들을 부담스러워 한다.

망가진 그들의 삶이 뒤늦은 이 대표 유죄 판결로 과연 달라질까. 숟가락 들고 달려드는 자들은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건 평범한 사람들의 힘이라지만 이런 식이면 앞으로 누가 나서서 불의를 밝히려 할까. 누군가 그에게 살길을 마련해줬다면 어땠을까.

오늘도 그들의 망가진 여생은 기약 없는 재판으로 천천히 채워져 가고 있다.

이동재 객원편집위원(전 채널 A 기자)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4월부터 매일신문 객원편집위원으로 합류했습니다. 이제부터 기명칼럼 [이동재의 캐비닛]과 유튜브 채널 '매일신문'에서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을 통해 이동재 위원의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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