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계 아닌 인문계 통계학과라서 채용 탈락…"학과 특수성 무시한 처사"

연세대·고려대는 '인문·사회계'로 분류, 서울대·경북대 등은 '자연과학계'로 분류
"교육과정 유사한데, 분류 다르다는 이유로 채용 불이익" 주장
기업 측 "객관적 기준 적용하고자 표준분류 따른 것"

대구 동구 신용보증기금 사옥. 신보 제공
대구 동구 신용보증기금 사옥. 신보 제공

대구의 한 공기업이 통계학을 전공한 지원자의 학과가 자연과학계열이 아닌 인문사회계열로 분류돼 있어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탈락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 측은 학교마다 학과체계가 달라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자 교육부의 대학알리미 표준분류체계를 적용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석사과정에서 통계적데이터과학을 전공한 A씨는 신용보증기금 올해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분야 중 석‧박사 특별전형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A씨는 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난달 11일 사측으로부터 '지원요건을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은 뒤 지난 6일 면접 대상자에서 탈락했다.

신용보증기금 채용 공고에 따르면 지원요건은 '데이터 분야 석사 이상 학위 보유자로, 교육부 대학알리미 표준분류계열에 따른 대학원의 학과 소분류가 통계학에 해당하는 자'다.

문제는 A씨가 졸업한 대학원의 통계학과가 인문사회 계열이어서 교육부 대학알리미 표준분류체계 상 소분류 '통계학'이 없다는 점이다. 표준분류체계 상 통계학은 자연과학계열에 소분류로 포함돼 있다.

대학알리미 표준분류체계를 관리하는 교육부에 따르면 1년에 2번, 각 대학에서 학과의 계열을 자율 분류해 제출하면 위탁 기관 소속 교수 등이 검토해 계열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서울대, 경북대 등은 통계학과를 자연과학계열로 분류되는 데 반면 고려대와 연세대 등은 인문사회계열로 분류한다.

A씨는 실제 교육과정은 계열과 무관하게 비슷한 내용으로 운영되는데 졸업 학교의 통계학과가 인문사회계열에 있다는 이유로 채용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다수의 대학 동기들로부터 지원서를 내보라는 추천을 받았다. 일반적인 통계학 전공자가 봤을 땐 요건을 만족한다는 의미"라며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과학계열 모두 설치될 수 있는 통계학과의 특성상 특정 계열만 모집하는 채용공고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용보증기금 측은 학교마다 학과 편제가 달라 표준분류체계를 기준으로 삼았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대학원마다 다른 학과명과 학과 편제가 존재하며 학교별로는 유사 전공명으로 데이터사이언스나 통계학으로 표시한다"며 "채용 분야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하고자 교육부의 대학알리미 표준분류체계를 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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