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영토 타격을 허용하면서 국제 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조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2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기에 내려졌다.
◆게임 체인저 될까?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소재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앞두고 기자들을 만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타격 거리가 길어질수록 전쟁은 짧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의 군사적 목표물을 타격할 완전한 권리"를 갖게 됐다며 "전장 상황에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군사적, 정치적 결과가 어떨지 불확실하다"며 전세 반전을 위한 결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가 2년이 넘는 끈질긴 요청 끝에 미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냈지만 우크라이나 측 희망대로 '게임 체인저'가 될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바이든의 이번 조치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서북부 쿠르스크 지역 내 목표물에만 이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제한이 달린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가 8월에 침공해 일부를 점령한 상태이며, 현재 러시아군은 북한군과 합세해 약 5만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영토 탈환을 시도하고 있다.
에이태큼스의 최대 사거리는 300km다.
전쟁 관련 민간 싱크탱크인 미국 소재 '전쟁연구소'(ISW)의 우크라이나 전문가 조지 배러스는 "미국은 에이태큼스 미사일이 쿠르스크 지역에 있는 북한군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데 쓰이기를 원하는 것 같지만, (쿠르스크 지역이 아닌) 로스토프, 벨고로드, 보로네즈 등에도 러시아군 지원 인프라가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태큼스 미사일이 대당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무척 비싼 무기이며 재고도 한정돼 있어서 우크라이나 측이 풍족하게 쓰기는 무리라는 점도 문제다.
배러스는 다만 이번 조치가 북한군을 직접 위협해 추가 병력 파병을 억제하는 데에는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사거리 250km인 스톰섀도(프랑스명 SCALP)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제공하고, 이를 활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재고가 많지 않은 점은 에이태큼스와 마찬가지다.
◆트럼프 측근 반대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일제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은 18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다시 한번 긴장을 고조시켰다"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르게 됐다"고 말했다. 왈츠 의원은 트럼프 2기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된 충성파 정치인이다.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정권 이양 시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상상도 못 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안보 책사로 꼽히는 그레넬 전 대사는 독일 대사 외에도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직을 역임한 인물이다.
연방 하원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조지아)은 자신의 X 계정에 "퇴임하는 바이든이 3차 세계대전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반발은 앞서 제기된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비판과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다. 트럼프 주니어는 "군산복합체는 아버지가 평화를 만들고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에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듯하다"며 "수조 달러의 돈을 틀어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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