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법원은 이재명 대표가 "위증했다는 직접적 증거가 부족하고, 교사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재명이 각 증언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는 "현실의 법정은 아직 2번 더 남아 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며 판결에 불복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이 대표는 위증교사 선고가 다가오자 유화적 발언을 쏟아 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사법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헌법에 따라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 온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법관은 독립돼 있어 법관들마다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서 "진실에 따라 인권과 민주주의가 지켜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 법관과 사법부에 감사와 존중을 전한다"고 했다.
일단 이런 방탄용 유화 발언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선거법 1심 형량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피선거권이 박탈돼 차기 대선에 나올 수 없게 된다. 또한 1심 판결은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이번 위증교사 판결이 갖는 정치적 함의는 크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사법부 압박, 정치 공세, 여론전과 같은 정치적 고려 없이 오직 법리와 증거에 따라 판결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향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졌다.
첫째, 실익도 없고 판사 겁박으로 비치는 장외 집회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장외 집회는 원래 소수 야당의 마지막 수단이다. 그런데 170석의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장외 집회는 결국 '이재명 구하기'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1심 판결 후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 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국회에서 판사 탄핵을 운운하고, 판사 겁박 장외 집회를 벌이고, '이재명 무죄 청원 서명'과 같이 사법부를 자극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공직선거법 1심 재판 결과도 존중해야 한다. 또한 이 대표는 '재판부 갈라치기'를 해서도 안 된다.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한 법관은 잘못된 것이고, 유리한 판결을 한 법관은 마치 '양심적이고 정의감이 투철한 유능한 법관'인 양 부추겨서도 안 된다.
둘째, 민주당은 특정 인물에만 의존하는 이재명 일극 체제에서 벗어나 자유 경쟁의 다극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민주당에는 '신3김'(김동연, 김부겸, 김경수)도 있고 외부 인사(유시민, 손석희 등)도 있다. 이것이 민주당의 정권 창출을 위한 최적의 플랜 B가 될 수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당시 이재명 개인이 불법을 저지르고 잘못해서 생긴 것이고 민주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재명 중독'에 빠져 이 대표에게 모든 것을 거는 것은 정권 창출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고,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적합도에서 가장 앞서고 있기 때문에 이 대표만이 정권을 찾아올 수 있다고 굳게 믿는 것 같다. 그러나 '이재명이 트럼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미국과는 달리 한국 대선에선 도덕, 윤리, 정의가 살아 숨 쉬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에서 '이회창 대세론'은 조작된 '아들 병역 비리 의혹' 한 방으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과연 5개 재판을 받는 이 대표가 대선까지 사법 리스크를 끝까지 피해 갈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이 대표가 향후 법원의 피선거권 박탈 판결에도 불구하고 방탄용 대표직을 고수하면 '이재명의 시간'은 가고 민주당은 결국 친명과 비명으로 쪼개져 분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 신3김을 포함한 비명 세력 그리고 조국혁신당이 똘똘 뭉쳐서 신당을 만들 수 있다. 그러고 나서 대선에서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다.
셋째,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에만 집중하지 말고 민생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 대표는 "서로 공존하고 함께하는 정치면 좋다" "죽이는 정치보다 이제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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