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업 환경이 변화에 직면했다. 농가 인구는 지난 2010년 306만명에서 지난해 208만명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경지면적도 171만ha에서 151만ha로 감소세를 보였다. 기후위기 등으로 농업 경영비도 갈수록 증가하면서 농민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래농업 기업 대동이 농기계 분야 국내 1위를 넘어 인공지능(AI) 시대 농업 대전환을 추진한다. 첨단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물론 정밀농업 솔루션을 제공해 효율성과 수익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을 제시한다.
◆최초 '온디바이스 AI' 트랙터
대동은 지난 13일 전북 김제 일대에서 '2024 대동 미래농업 데이' 행사를 통해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이날 오전 김제 소재 한 농경지. 트랙터 한 대가 천천히 직선 주행을 시작했다. 운전석은 빈 상태였으나 흐트러짐 없이 경로를 따라 움직였다. 밭을 한 바퀴 크게 돌고 난 후 안쪽으로 경로를 자동으로 설정해 빈틈없이 작업을 수행했다.
대동은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온디바이스(기기 자체 정보처리) AI 트택터를 선보였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제시한 기준으로 4.5단계 자율주행에 해당하는 기술력이다. 특히 대동의 자율주행 기술은 비전 센서와 AI 영상 기술을 적용한다는 차별점을 지닌다. 기존 라이더 기반 자율주행 농기계에 비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높은 정확도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대동의 설명이다.
농기계에 부착된 카메라 센서가 농로·농지 경계선, 장애물 등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해 객체식별 정확도를 향상시킨다. 또 작업기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기술을 적용해 작업기 설정 시간을 절감하고 농작업 계획도 자율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
박화범 대동 AI기술개발팀장은 "경쟁사의 라이다 센서와 초음파센서의 제한적인 환경 인식의 한계를 넘는다. 대동은 비전 센서 방식으로 경작지, 장애물, 작업기 등을 인식해 자율 농작업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했다.
◆효율성 높이는 자율주행 로봇
같은 날 오후 전북 김제 벽제면 한 과수원에서 대동이 개발한 자율주행 운반로봇 'RT 100'을 이용 중인 이은주 청하농원 대표를 만났다. 대동은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과수 농가를 대상으로 올해 체험단을 운영하며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제품은 작업자가 과일을 수확하면서 운반 기기를 조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한다. 조작 최소화를 위해 ▷자율주행 운반 ▷유선(와이어) 추종 운반 기능을 탑재했다. 이 대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내연기관 운반기의 경우 소음이 심하고 힘이 약한 여성은 조작도 힘들다. 하지만 로봇은 충전된 배터리만 있으면 하루 종일 과수원 곳곳을 누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하는 위치로 정확하게 이동하는 로봇이 있어 여럿이 해야 하는 일을 혼자서도 단시간에 마칠 수 있었다"며 "최근 농가에는 일손이 부족해 고령층이 수확철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로봇 보급이 확대된다면 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탁양호 대동로보틱스 로봇설계개발팀장은 "무매연·저소음에 조작편의성을 높여 체험단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적재를 보다 손쉽게 할 수 있고, 과수 농가에서 보유한 여러 종류의 박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변형 적재함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운반로봇을 시작으로 다양한 환경에 적용 가능한 로봇을 선보여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밀농업 사업 확산 본격화
대동은 정밀농업 사업화 전략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올해 1월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이하 들녘중앙회)와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경북 상주와 전북 김제, 전남 장성, 경기 이천의 쌀·콩 재배 농가 12개(약 60ha·18만평)의 농경지에 정밀농업 솔루션을 제공했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전북 김제의 대규모 쌀 재배 전문 농가가 경작하는 10ha(3만평)에 정밀농업 솔루션을 제공한 결과, 동일 지역과 면적의 솔루션 비제공 전문 농가에 비해 비료량 7%를 절감하고 쌀 수확량은 약 6.9% 더 늘었다. 이상기후와 병해충으로 올해 김제 지역 쌀 총수확량이 2023년 대비 5% 감소할 것을 감안했을 때, 정밀농업 솔루션 농가의 수확량은 김제 전체 농가 대비 16%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에 대동은 국내 농업 생산량 증대에 기여하기 위해 내년 정밀농업 보급 사업의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향후 대동은 국내 지자체를 대상으로 정밀농업 베타 서비스를 제공해 기술가치를 입증하고 정밀농업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해 2029년까지 총 3만6천500곳의 정밀농업 농가를 확보한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원유현 대동 대표는 "대동의 농업 AI기술은 농가고령화와 농경지 감소, 급격한 기후 변화 등 국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주요 문제들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농업의 AI화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대동도 농업AI 투자를 지속 강화해 미래농업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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