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기 위축으로 판로가 사라진 중국 철강의 덤핑 공세가 전 세계 시장을 휘감으면서 대구경북 경제의 대들보로 불렸던 포항 철강업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에 현대제철 포항1공장이 가동 중단한 데 이어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맏형 포스코 포항제철소마저 1선재공장을 세웠다.
경북 최대 도시인 포항의 경기 침체·일자리 충격으로 직결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산업 자주권 상실로도 이어질 수 있는 절박한 상황으로 철강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철강업계의 자구노력은 물론, 정부 차원의 산업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지역 경제계에서 쇄도 중이다.
이번에 가동 중단에 이르게 된 두 공장의 공통점은 기술력이 크게 필요치 않은, 저가 철강재 생산라인으로 철강업계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못·나사·타이어 보강재 등에 사용되며, 현대제철 포항2공장에서는 H빔처럼 주로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형강 제품을 생산해 왔다. 중국이 급속도로 철강산업 몸집을 부풀리며, 저가 공세 등을 통해 글로벌 철강 공급이 과잉되고 있어 국내에서 생산되는 저가 철강재의 설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선재시장은 0.9억t의 실제 수요가 발생한 반면, 중국 선재공장의 생산 능력은 이보다 2배에 가까운 약 1억4천만t에 달한다. 후발 주자들의 추격으로 인해 포항지역의 철강산업은 점차 하락세를 겪고 있다. 포항시 수출입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5년 91억5천600만달러였던 지역 내 철강 수출액은 2018년 103억1천700만달러까지 상승했다가 하락 전환, 지난해에는 64억600만달러로 내려앉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경기가 악화된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특히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기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것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지역 철강업계의 위기감이 극도로 커지면서 20일 포항시청에서는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관계자 등이 참석한 긴급 회의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철강산업 위기 극복 긴급대책' 마련을 정부에 긴급 요청키로 뜻을 모았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역의 주력산업인 철강산업이 대내외적인 여건으로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정부 차원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면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공동체 의식을 갖고 시민, 지역사회와 소통을 강화하며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대책 마련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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