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 물멍 이어 '새멍'. 세계적인 연안 습지인 순천만습지가 탐조(探照·Birdwatching) 여행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행운과 행복, 가족애를 상징하는 순천시의 시조(市鳥) 흑두루미는 10월에서 3월까지 순천 등지서 월동하는 겨울 철새다. 전 세계에 1만 6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2급 멸종위기종이다. 이중 평균 8000마리가 매년 순천만을 찾아 겨울을 나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순천만습지 일원에서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약 2500km를 날아온 올해 첫 흑두루미 13마리가 관측됐다. 철새들의 본격적인 월동 철인 겨울까지 흑두루미 개체 수는 꾸준히 증가할 예정이다. 탐조 여행 성지 순천만습지를 찾아 '새 사랑'에 빠져보자.
◆ 세계 최초, 흑두루미를 위해 전봇대를 뽑은 '흑두루미의 도시' 순천
순천만습지가 고품격 생태 여행지로 이름을 날린 것은 최근의 일이다. 순천만습지가 탐조 여행의 성지로 부상하기 까지 노관규 순천시장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다. 현재의 노관규 순천시장이 민선 4기 시장으로 취임했던 2007년만 해도 순천만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연간 13만 명에 불과했다.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멸종위기종 흑두루미도 200마리가 채 되지 않았다. 노 시장은 생태를 중심으로 도시를 새롭게 계획하기로 한 후, 세계에서 흑두루미가 가장 많이 월동한다는 이즈미시에 찾아갔다. 거기서 흑두루미 폐사의 가장 큰 원인이 전봇대 줄이라는 걸 알게 됐다.
2009년, 순천시는 흑두루미 폐사를 막기 위해 순천만 대대뜰 59ha에 박힌 282개의 전봇대를 뽑았다. 농사도 친환경 농법으로 바꾸고, 축구장 81개 농경지를 '흑두루미 희망 농업단지'로 지정해 이곳에서 생산한 볍씨를 철새 먹이로 뿌려줬다. 소문 빠른 흑두루미들 사이에 이 소식이 들렸는지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월동 개체 수는 2015년 1000마리, 2023년 7200마리까지 늘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이즈미시를 강타했던 2022년에는 무려 1만 마리가 넘게 관측되기도 했다. 흑두루미들이 AI를 피해 순천만으로 피난을 왔던 셈이다.
◆ 순천만습지 지킬 국가정원 조성… 새도 사람도 살기 좋은 도시
흑두루미가 늘어나면서 순천만습지에는 관광객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 1만 6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종 흑두루미가 순천만에서 떼를 지어 월동하는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이렇듯 폭발하는 관광 수요와 도시 팽창으로부터 순천만을 보전하기 위해 만든 것이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조성한 지금의 국가정원이다.
작년에는 10년 만에 정원을 완전히 새롭게 리뉴얼해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시키면서 1000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으며, 매년 방문객 1위를 지켜왔던 '에버랜드'의 자리를 탈환하기까지 했다.
노 시장은 흑두루미를 위해 전봇대를 뽑고 농법을 바꾸는 순천시의 생태 실험이 처음부터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생태라고 하면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숱한 비판을 감수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순천은 호남에서는 세 번째로 큰 도시가 됐다. 두루미가 살기 좋은 곳은 사람이 살기도 좋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 선진국형 고급 레저 '탐조'가 뜬다! 올겨울은 순천만 탐조여행
18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탐조 활동은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골프, 테니스에 맞먹는 고급 야외 취미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탐조객이 급증해 그 잠재 인구가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 있는 취미다. 국내에서는 아직 성행 단계는 아니지만, 꾸준히 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순천시는 겨울철 진객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가창오리 등 다양한 겨울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탐조 관광 개발에 힘쓰고 대한민국 대표 탐조 문화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순천시는 '흑두루미 탐조여행'을 제목으로 특별한 투어를 기획해 올가을과 겨울 순천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고품격 생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순천만에서 진행되는 탐조 여행은 당일형, 1박 2일형으로 나뉘며, 베테랑 해설사들과 동행해 새에 얽힌 이야기, 순천만과 흑두루미의 사연을 들으면서 전문 장비로 선명하고 쾌적한 탐조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시는 순천만 탐조 전문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조류 생태학, 멸종위기종 이해 등의 과정을 통해 탐조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민간 전문가로 활동하며 순천만의 탐조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육성할 계획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흑두루미를 위해 전봇대를 뽑고, 순천만의 원시성과 자연성을 지켜왔다"라면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대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고 특별한 행운도 만나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광주일보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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