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길고양이 급식소 청소하며 쓰레기 주워요"…'냥플로깅' 직접 체험해보니

동물권행동 카라, 지난달 '제1회 냥플로깅' 개최…총 21팀 참여
혼자 온 사람부터 커플·친구, 부모와 자녀끼리 다양하게…"생명 존중·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돼"
지자체가 직접 설치하는 '길고양이 공식 급식소'…무관심·민원 속에 철거 반복
동물보호단체·지자체, "급식소는 길고양이 관련 주민 갈등을 줄이는 데 효과적"

지난달 27일에 찾은 서울 마포구 평화의 공원. 공원 한편에서
지난달 27일에 찾은 서울 마포구 평화의 공원. 공원 한편에서 '동물권행동 카라'라고 쓰인 활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한 손에는 기다란 집게, 다른 한 손에는 쓰레기봉투를 손에 쥐고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한소연 기자

길고양이 보호에 진심인 '케어테이커' 시민들이 서울 마포구에 모였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진행한 '제1회 냥플로깅'을 위해서다.

길고양이 인식 개선을 위해 올해 처음 진행된 냥플로깅은 고양이를 칭하는 '냥'과 조깅을 하면서 길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인 '플로깅'을 합친 말이다. 다시 말해 주변 쓰레기를 치우면서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길고양이 급식소를 청소하는 활동인 것.

동물권행동 카라는 냥플로깅에 앞서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냥플로깅에 참여할 시민을 모집했다. 카라에 따르면 공고 하루 만에 전국적으로 총 21팀, 37명이 냥플로깅에 참여를 신청하는 등 길고양이 돌봄 활동에 많은 시민들이 응답했다.

◆"쓰레기 주우며 길고양이 급식소 청소해요"

지난달 27일에 찾은 서울 마포구 평화의 공원. 공원 한편에서 '동물권행동 카라'라고 쓰인 활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한 손에는 기다란 집게, 다른 한 손에는 쓰레기봉투를 손에 쥐고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편한 옷차림의 이들은 '냥플로깅'에 참여하기 위해 찾은 15명의 시민. 혼자 온 사람부터 커플 혹은 친구, 부모와 자녀끼리 참여한 사람들의 관계와 연령층은 다양했다. 이들은 길고양이 돌봄 활동을 하는 '케어테이커'이거나 길고양이 돌봄에 관심이 많은 보통의 시민이다.

냥플로깅에 참여한 15명의 시민들은 카라 활동가의 안내를 받은 후 그 자리에서부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한소연 기자
냥플로깅에 참여한 15명의 시민들은 카라 활동가의 안내를 받은 후 그 자리에서부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한소연 기자

카라 활동가들의 안내를 받은 시민들은 그 자리에서부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무심코 지나쳤으면 눈에 띄지도 않을 크기의 작은 쓰레기부터 과자봉지, 플라스틱 통 같은 큰 쓰레기까지 각자 준비한 봉투에 주워 담았다.

공원 일대 쓰레기를 한참 줍다가 함께한 카라 활동가의 안내에 따라 풀밭 안쪽으로 들어갔다. 풀들을 헤집고 들어갔더니 작은 나무 상자가 보였다. 얼핏 보면 누군가 버려둔 것 같은 외형의 이 상자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길고양이 공식 급식소다.

입구가 풀숲 방향으로 돌려 가려져 있어서 더더욱 급식소라고 알아보기 힘들었다. 활동가는 비둘기 등 다른 동물들이 물과 사료를 먹어 치울 수 있고,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해를 끼칠 수도 있어 이를 우려해 행인에게 보이는 쪽으로 입구를 돌려두지 않는다고 했다.

활동가가 급식소를 들어 올렸더니 플라스틱 판자 위에 매트가 깔려있었고 그 위에 물그릇과 사료통이 있었다. 며칠은 씻지 않은 듯 먼지와 때가 그릇에 그대로 엉겨 붙어있었다. 그곳을 청결하게 만드는 것이 케어테이커들의 임무다.

시민들은 역할을 분담해 급식소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참여자 한 명이 매트와 물통, 사료통을 닦을 물을 인근 화장실에서 받아오면 다른 사람은 그 물을 이용해 매트와 내부를 닦았고 또 다른 이는 고양이 사료와 물이 담길 통을 세척하는 식이다.

냥플로깅에 참여한 시민들은 역할을 분담해 급식소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참여자 한 명이 매트와 물통, 사료통을 닦을 물을 인근 화장실에서 받아오면 다른 사람은 그 물을 이용해 매트와 내부를 닦았고 또 다른 이는 고양이 사료와 물이 담길 통을 세척하는 식이다. 한소연 기자
냥플로깅에 참여한 시민들은 역할을 분담해 급식소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참여자 한 명이 매트와 물통, 사료통을 닦을 물을 인근 화장실에서 받아오면 다른 사람은 그 물을 이용해 매트와 내부를 닦았고 또 다른 이는 고양이 사료와 물이 담길 통을 세척하는 식이다. 한소연 기자

청소를 마치면 물통에 깨끗한 물을, 사료통에는 사료를 가득 담아 다시 나무 상자를 덮는다. 냥플로깅 참여 시민들은 공원에 있는 급식소 중 5개의 급식소를 이와 같이 쓸고 닦은 후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날 냥플로깅에 9살, 8살인 두 자녀와 함께 참여한 김동환(41) 씨는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데 아이들이 고양이를 좋아해서 쉬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냥플로깅에 참여했다"며 "고양이를 귀여워하고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생명 보호와 존중, 동물에 대한 책임 의식에 대한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교육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길고양이 급식소…지자체 관심도에 따라 격차 커

늘어나는 길고양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골칫거리다. 무분별하게 먹이를 주면서 개체수가 늘었고 소음, 분변 악취, 쓰레기봉투 훼손, 사체 등 각종 민원의 온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자체는 길고양이 공식 급식소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경의선숲길 공원에 공식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2019년 고양이를 학대하고 참혹하게 살인해 동물보호법상 첫 실형이 선고된 사건을 계기로 공식 급식소를 설치해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서울시가 설치하고 케어테이커들이 관리하는 공식 급식소는 총 557개다. 서울시 자치구별로는 편차가 컸다. 강남구와 강동구가 60개, 59개로 가장 많은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반면 광진구, 영등포구, 도봉구의 경우 공식 급식소가 1개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21년 달서구청이 설치한 길고양이 공식 급식소. 매일신문 DB
지난 2021년 달서구청이 설치한 길고양이 공식 급식소. 매일신문 DB

대구시 역시 지자체별로 길고양이 공식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지역 내 공영 길고양이 급식소는 올해 4월 기준 총 34개소다. 급식소는 대구시가 시범 운영을 시작한 지난 2019년 10개소를 시작으로 2022년 3월 22개소 등 매해 점차 늘어왔다.

서울시처럼 대구시도 9개 구·군별로 급식소 개수의 차이가 있었다. 올해 4월 기준으로 대구 구·군별 공식 급식소는 ▷중구 4개소 ▷동구 5개소 ▷서구 1개소 ▷남구 2개소 ▷북구 5개소 ▷수성구 2개소 ▷달서구 15개소다.

2022년 1개 소를 운영하던 동구, 수성구와 5개 소를 운영하던 달서구는 2년 사이 급식소를 늘렸다. 특히 타 구·군에 비해 급식소를 대폭 늘린 달서구는 8월에도 3개의 급식소를 추가 설치했다. 반면 중구와 북구, 남구, 서구 등은 민원 등에 의해 몇몇 급식소를 철거했다.

김정아 카라 활동가는 "지자체 급식소의 관리는 케어테이커의 몫이기 때문에 각 자치구에 따라 관리가 잘 안되는 경우도 있고 정확한 개수 파악이 안 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길고양이가 동물보호법으로 보호받는 동물이며 국가사업인 중성화 수술(TNR)로 관리받고 있다는 점, TNR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한 필수 요소는 케어테이커가 고정적인 장소에 밥을 주며 모니터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알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지자체 급식소"라고 역설했다.

지난달 27일 냥플로깅을 주최한 동물권행동 카라의 한 활동가가 길고양이 급식소 안 사료 그릇에 사료를 채우고 있다. 한소연 기자
지난달 27일 냥플로깅을 주최한 동물권행동 카라의 한 활동가가 길고양이 급식소 안 사료 그릇에 사료를 채우고 있다. 한소연 기자

◆설치돼도 철거… 바람 잘 날 없는 급식소

길고양이 돌봄, 급식소 설치 등 길고양이 문제는 찬반 논쟁으로 이어지는 단골 소재다. 동물의 소중한 생명이니 지켜야 한다는 동물권 보호 주장과 주거 환경을 망치는 고양이들로부터 주민의 생활권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차가 충돌하는 것이 보통의 양상이다.

생활권을 주장하는 이들은 고양이에게 밥을 주니 개체수가 늘고 특히 발정기에는 소음이 듣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급식소 철거를 요구한다. 대구의 한 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 접수되는 길고양이 관련 민원은 100건 가까이 될 때도 있다.

지난 2022년에도 남구 대명동 한 어린이공원에서 운영하던 길고양이 급식소가 철거됐다. 이 시설은 개인이 설치한 것으로 공원을 찾는 어린이가 길고양이에 위협을 느낄 수 있다는 민원이 접수되면서 지자체에서 정리하게 된 것.

당시 남구청 관계자는 "어린이공원은 어린이가 우선인 시설이다. 어린이 중에는 동물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라며 "지자체는 애초에 공원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와 지자체는 외려 길고양이 급식소 마련이 길고양이 관련 주민 갈등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지정된 장소에 사료를 주면 길고양이들이 모여들어 중성화 수술(TNR)을 위한 포획이 상대적으로 쉬운데, TNR은 고양이 번식력을 낮춰 개체수를 줄일 수 있고 번식기 동안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 소음 불편도 줄일 수 있다.

대구 내 9개 구·군 중 가장 많은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 중인 달서구가 '동물친화도시'로 명명하고 길고양이 인식 개선에 지속적으로 나서면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고양이는 호불호가 있는 동물이라 그마저도 개인 소유의 공간에 설치하고 있다"면서도 "급식소 설치로 인해 기존에 산발적으로 서식하던 길고양이들이 급식소 주변으로 몰리면서 주거 환경이 개선된 곳도 많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는 길고양이 급식소에 더불어 돌봄 인력 양성에도 지자체가 주도하면 민원 해소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김 활동가는 "공식 급식소뿐 아니라 길고양이를 돌보는 '케어테이커' 양성에도 지자체가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며 "갈등이 심한 지역에 지자체 급식소가 놓인다면 더 효과적으로 관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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