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방안을 주제로 한 '2024 그린에너지 원자력 산업대전'이 20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지속 가능한 원자력산업 육성'을 목표로 경상북도와 경주시, 매일신문이 공동으로 마련하고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후원했다.
매일신문 이동관 사장, 경상북도 환동해지역본부 이영석 본부장,경북도의회 배진석 부의장과 최덕규 의원, 경주시의회 임활 부의장과 최영기 예결특위위원장, 김항규 경제산업위부위원장, 한전KPS㈜ 김경우 원자력사업처장, 한국수력원자력㈜ 엄경식 국민소통담당관,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제정에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 되길"
이동관 매일신문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경북은 대한민국 원전의 중심지이자 더 나아가 에너지 수도이기 때문에 방사성폐기물 관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역의 경제와 환경,우리 후손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있다"며 "오늘 논의되는 아이디어와 의견이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제정에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석 경상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은 "탄소중립 조기 실현을 위해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활용하는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가 전 세계적으로 더욱 강조될 것"이라며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모두 모여있는 경북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에너지 정책 추진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의회 배진석 부의장과 경주시의회 임활 부의장은 축사를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원전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제정과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확보 등의 현안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등에 떨어진 고준위 방폐물 문제
이날 전문가들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련 특별법의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열띤 토론을 펼쳤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중에서 가장 먼저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원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폐기물) 저장률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원전들도 핵연료 저장률이 올해 들어 80%를 돌파하며 포화 직전이다.
이에 따라 2030년 이후 저장시설 포화로 국내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고, 더 나아가 원전 수출까지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등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2016년부터 고준위 폐기물 관리에 대한 법제화 시도가 이뤄졌지만 관련 법안은 9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도 관련법이 발의돼 오는 21일로 예정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서는 법안 관련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CFE 확산·원전 지속가능성 확립 위해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 시급"
이상열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소경제연구단장은 'CFE(무탄소 에너지)에 기반한 탄소중립과 당면과제'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했다.
이 단장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에너지 수요의 감소와 함께 무탄소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이 담보 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경북은 우리나라 대형원전의 약 절반이 입지하고 풍력설비도 전국 2위 규모다.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확정으로 하이브리드(원전+풍력) 전력을 활용한 대규모 청청수소 생산(연간 30만톤) 등 무탄소 인프라와 철강,전기전자 국가산단 등 대규모 무탄소 에너지 수요처가 입지해 있어 CFE 기반의 국가 에너지 전환을 선도할 지역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2030년부터 고준위 폐기물의 포화상태가 현실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관련법은 국회 계류 중"이라며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CFE 확산을 위해 원전을 보다 지속 가능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의 제정 및 이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의 정책적 배경과 시행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가 있었다.
김용덕 한국방사능폐기물학회 부회장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원칙 및 해외사례'라는 주제발표에서 "UN은 지속가능한 방폐물 관리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이행과제의 하나로, 국제원자력기구는 미래세대를 우리 세대와 동일하게 보호하고 방폐물을 발생시킨 우리 세대가 영구처분 방안을 마련할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핀란드는 내년에 고준위 방폐장 운영을 개시할 예정이고, 스웨덴은 지난 2022년 고준위 방폐장 건설허가가 이뤄져 2035년 운영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고리1호기 도입 후 근 반세기 동안 고준위 방폐물 책무를 계속 다음 세대에 전가해 왔다. 지난 20년간 오랜 준비와 공론화 과정을 통한 집단지성의 산물인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을 통한 제도정비가 시급하다. 국회의 법률제정 등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선도국 경험을 통해 소요기간 단축 가능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경수 (재)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장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술 개발현황 및 계획'이란 주제발표에서 영구 심층처분시설의 안전성으로 ▷다중 안전보호막 ▷인공 안전구조물 안전 성능 ▷지하 500m 암반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김 단장은 "원전 안전운영을 위해 해결하기 위해 시급한 숙제는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을 위한 법적 절차가 미비하다. 22대 국회에 계류중인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면서 "고준위 방폐장 부지 확보는 이해관계자의 신뢰가 구축되어야 가능하고, 기술인문학적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준위방폐물 관리 시설에 대한 과제는
주제발표에 이어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좌장을 맡아 고준위방사성 폐기물 관리 시설의 필요성과 정책적‧기술적 과제에 대한 전문가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점점 더 안전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폐기물이 아니고 자원이다,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이라면서 "원자력과 사용후핵연료의 과학적 사실을 널리 알려 사회 수용성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건 한국원자력연구원 사용후핵연료저장처분기술 개발단장은 "고준위폐기물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논쟁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제외하고 관리시설의 부지 확보에만 초점을 두고 부지선정 절차,지역지원,부지 확보 및 관리시설 운영시점 등 핵심사항만을 기술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조천형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기술개발원장은 "고준위방폐물 방폐장 적기 확보를 위해서는 고준위방폐물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관리체계 개선, 관리기술 및 지하연구시설 확보,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김종달 경북대 경제통상학 명예교수는 "고준위방폐물 관리 문제는 장기과제로 보아야 하며, 국회의 법 통과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정부는 기본계획의 주요과제인 연구 및 기술개발,단계별 주요 정책 등을 준비하고 추진해야 하고, 무엇보다 공공이 담보할 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좌장인 정범진 회장은 "중저준위폐기물의 경우 부지를 먼저 결정하고 처분개념을 정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옳지만 실은 이 가운데 정치적 사회적 개입이 이루어지면서 불필요한 심층처분을 하게 됐다. 고준위폐기물도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고준위 폐기물과 관련한 법안은 국민소통을 위해 필요하지만 여기에 얼마나 많은 비용을 치러야 옳은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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