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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서동진] 주택용 소방시설, 화재로부터의 첫 번째 방어선

서동진 강서소방서장
서동진 강서소방서장

화재와 같은 재난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이다.

특히, 주택화재는 그 발생 빈도에 비해 인명피해가 크게 발생하는 사고 중 하나다. 소방청 화재 발생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주택화재 발생률은 약 18%에 불과하지만, 화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무려 46%에 달한다. 즉, 주택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다른 곳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장치가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화재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소방시설로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를 말한다. 이 두 가지 소방시설은 화재 발생 초기 단계에서의 대응을 가능하게 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2020년부터 시행된 주택용 소방시설 의무화 법안에 따라 모든 주택에는 화재감지기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또한, 소화기의 구비도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는 법적으로 정해진 의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생명을 보호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소방공무원으로서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거나 인명구조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화재 발생 초기의 빠른 대응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초기 진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은 단 몇 분 만에 집 전체를 삼킬 수 있다. 특히 연기와 유독가스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주요 원인이다. 소화기와 화재감지기 같은 주택용 소방시설이 설치되어 있다면, 화재를 신속하게 진압하거나 적절히 대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므로,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화재 발생 후 5분 이내에 불길을 진압하거나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초기 대응 장비인 소화기와 화재감지기의 설치는 단순한 법적 의무가 아니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중요한 안전장치이다.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주기적인 점검과 유지관리이다. 소화기의 경우, 유효기간이 있으며, 일정 주기로 점검하여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화재감지기는 배터리 상태를 점검하고, 정기적인 테스트를 통해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화재감지기와 소화기는 단순히 설치만 해두면 끝이 아니다. 정기적인 점검과 관리를 통해 비상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만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미리 준비해 두면 후환이 없다는 뜻이다. 안전은 다른 이가 지켜주는 게 아니다.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는 겨울철, 안전에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모두가 미리미리 대비하고 준비하여 더 이상 소중한 생명이 불과 함께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단순한 장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첫 번째 방어선이다. 주택에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를 구비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며 미리 준비된 가정만이 화재와 같은 불행한 사고에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안전을 위한 첫걸음,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바로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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