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석준 칼럼] 기적의 대한민국, 그러나 미래는?

홍석준(전 국회의원. 계명대 특임교수)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1인당 GDP는 일본을 넘어섰다. 꿈같은 일이다. 일본 기업들의 기술을 받기 위해 애걸복걸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한류 영향으로 외국 관광객들도 쇄도하고 있다. 겨울연가로 시작한 드라마, 싸이와 BTS 그리고 블랙핑크와 뉴진스까지 대한민국의 가요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등으로 영화산업과 드라마도 아카데미상을 받는 등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다. 필자가 대구시에서 의료관광 담당 국장 시절 대구 성형외과 병원에서 수술한 외국인이 붕대를 풀면서 "이제 한국 사람처럼 보여서 좋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정치적으로 싸우고 있지만 그래도 정권교체가 되고 있는 나라도 많지 않다. 87년 국민직선제 이후 우여곡절이 있지만 그래도 대통령 단임제로 정권이 교체되고 있다. 툭하면 쿠데타가 발생하거나 대통령이 10년, 20년 장기집권하는 국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에 있어서도 상당한 발전을 이룬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이렇게 발전한게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1964년 1억달러를 수출했고 1977년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해방 후 북한이 단전했을 때 남한 대부분의 지역이 암흑에 휩싸였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원전 수출국이 되었다.

최근 특수를 누리고 있는 방위산업의 발전은 더욱 극적이다. 해방 이후 총 하나 만들 수 없었던 국가가 이제 탱크, 포, 미사일, 비행기, 잠수함, 구축함 등 육·해·공군 모든 방산물자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 중국, 러시아 정도에 불과하다.

1970년대 현대차 포니가 처음 수출했을 때 미국 고속도로를 달리다 차 문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독일 아우토반을 달리던 포니가 갑자기 멈추게 되어 지나가던 BMW가 견인해 주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벤츠가 쌩하가고 지나가니 견인해 주던 BMW 차주가 열받아서 뒤에 포니가 있는 걸 깜빡하고 벤츠를 따라가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뒤에 있던 포니 차주가 어지러워 경적을 울리니 다음날 독일 신문에 "이름모를 한국차가 벤츠, BMW와 속도경쟁을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그런 현대차가 현재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3위이고 2위인 폭스바겐을 추월할 기세다.

필자가 1996년 미국에 어학연수를 갔을 때 삼성, LG의 전자제품은 미국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소니, 파나소닉에 밀려 가게 뒤편에서 먼지를 풀풀 날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중앙에 떡 버티고 비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초기에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반도체는 한국 제일의 산업이자 이 분야 글로벌 최고의 기업이 되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이처럼 기적적으로 성공해 왔다. 문제는 앞으로다. 그런데 앞으로의 상황은 결코 밝아보이지 않는다. 저출생 고령화로 우리의 잠재성장율은 위축되고 복지지출은 늘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이미 감소하고 있다. 농촌학교 폐교는 옛말이고 대도시의 학교들이 폐교하고 있다. 지방 제조기업에는 일할 젊은인력들이 없다. 농촌 지역과 함께 지방기업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의존한지 오래다. 인구가 줄면 1차적으로 지방과 식당 등 영세소상공인들이 타격받을 수 밖에 없다.

북한의 핵위협은 단순한 말폭탄을 넘어 이제 실제 상황이 되었다. 핵폭탄, 운반체와 발사대 등이 완성되었다. 남은 것은 위성을 이용한 목표인식과 대기권 진입기술 등인데 이것도 최근 러시아 파병의 댓가로 기술을 획득하여 조만간 완성할 것 같다.

중국의 추격은 무섭다. 중국은 이미 각 분야에서 우리를 추월했다. 특히 사회주의 속성상 프라이버시를 무시하고 데이타를 확보함으로써 AI 산업은 미국을 위협할 정도다. 중국의 첫번째 개방도시 심천은 이미 몇년전부터 무단횡단자에 대한 CCTV등에서 안면인식 기술로 벌금 고지서를 집으로 발송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조지 오웰의 '빅브라더'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국회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민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규제를 개혁하고 지속가능한 국가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를 흔들고, 검사와 장관 탄핵을 통해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다. 22대 국회 들어와 제대로 된 법안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제 주권자인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로막고 국정을 마비시키는 정당과 정치인을 심판해야 한다. 정치의 수준은 국민들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홍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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