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수도권 '전력 식민지화' 우려 높아져…지역 분산이 해법

지난 18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이 신장성∼신정읍 345kV 송전선로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들이 신장성∼신정읍 345kV 송전선로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제공
대한상공회의소제공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력 수요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활발히 진행되는 반면, 비수도권은 전력 생산기지로 전락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한국전력이 발표한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르면, 전력망 수용 능력 확보를 위해 총 56조 5천억원 규모 예산을 투입해 오는 2036년까지 송전선로 길이를 1.6배(3만 5천596→5만 7천681C-㎞), 변전소 수는 1.4배(900→1천228개)로 확대한다.

이를 두고 반도체·바이오 등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 단지 육성을 위해 비수도권에서 전력을 끌어오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호남권 해상풍력 발전단지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신장성~신정읍~신계룡 345kV' 송전선로 신설 계획을 두고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전북은 물론 경북 김천 등을 포함한 총 8개 시·군이 이번 사업의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도권 전기가 부족해 지방에 송전선로를 만들어 전기 공급을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주민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며 "마치 폭탄 돌리기처럼 지방 주민에게 갈등을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무리하게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경우 주민들의 반발로 극심한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유망 산업을 수도권에 유치하고 기피시설로 여겨지는 송전망 등을 지방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일극주의 심화로 비수도권이 '에너지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

지역별 에너지 자급률 편차도 높은 편이다. 경기(62%), 서울(10%), 충북(11%)에 비해 경북(216%)은 200%가 넘는 에너지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이 비수도권 전력 생산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전력 수급 불안정은 첨단산업 경쟁력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박경원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경우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에너지 중 전력의 비중이 높다"며 "반도체 산업에서 전력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겨 공정 가동이 중단되는 경우 생산한 제품을 전량 폐기해야 하고, 설비를 재가동하는 데에도 수일에서 많게는 수개월이 걸려 경제적 피해가 상당하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 역시 "현재 전력망 문제는 송전선로의 총량이 부족한 것이 아닌, 워낙 많은 전력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문제로 발생한 것"이라며 "단순히 송전선로를 추가 건설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요 불균형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설홍수 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은 "지산지소(지역 생산 지역 소비)와 수요분산이 향후 에너지 전환의 화두가 될 것"이라며 "수도권 중심의 전력 공급은 비용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피해도 유발할 수 있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전력을 필요로 하는 신산업 분야 유망기업을 지역으로 분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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