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동창을 마구잡이로 폭행해 식물인간으로 만든 20대 남성이 검찰로부터 징역 17년을 구형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부장 양진수)는 중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0) 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열었다. 앞서 A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검사 측은 "피해자는 현재 식물인간 상태로 회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고, 남은 수명이 3~5년으로 예상되는 사실상 사망에 준하는 상태"라며 "피해자와 그 부모가 겪고 있는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은 영원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피고인은 피해자 측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해 범행 이후 정황도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7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진행된 속행 재판에서도 A씨에 대한 혐의를 '중상해'에서 '상습 특수중상해'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중상해의 가중상한은 1년 6개월~4년이며, 특수중상해의 가중상한은 2년~5년이다. 상습과 특수죄까지 양형에 반영되면 더 무거운 형이 내려질 수 있다.
A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상습 특수중상해 부분과 관련해 상습이라는 법리적 부분이 피고인의 과거 폭행 전력이 있다는 부분인데, 과연 상해인지 폭행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총 4번 중 한 차례는 상해이고 나머지는 모두 폭행이었다. 폭행도 상대방에 의해 유발된 폭행과 단순한 폭행이었는데 상해라는 부분에 대한 상식성을 인정할지는 법리적으로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와 다투는 과정에서 자기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밀친 것이 테이블에 부딪혀 머리를 다친 것"이라며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을 소지해 피해자의 현재 상태를 예측하면서까지 이같은 행위를 했을지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들을 면밀히 살펴 다시 한번 판단해 주시고, 검사의 주의적 공소 사실을 기각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수감 중이라 피해자에 대한 피해 복구를 못 하고 있지만, 사회에 나가게 되면 꼭 회복을 돕고 싶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A씨는 지난해 2월 6월 부산의 한 숙박업소에서 중학교 동창인 여성 B(20) 씨를 밀치고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 모친은 지난 4월 A씨에게 징역 5년이 구형되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저희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B씨 모친은 "건장한 남자가 연약한 여자아이 머리를 두 번이나 가격했다. 저희 딸이 날아가듯이 탁자에 부딪힌 것을 보면 아주 작정하고 죽이려고 폭행을 가한 것"이라고 했다.
해당 사실에 논란이 일자 검찰은 구체적인 양형 조사를 거쳐 A씨의 구형을 징역 8년으로 높였고, 1심 재판부는 지난 5월 "피고인의 범행으로 당시 19세에 불과했던 피해자는 인공호흡기와 타인의 보조가 전적으로 필요한 식물인간이 됐다. 피고인은 그동안 피해복구 노력조차 제대로 시도하지 않았다"며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18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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