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백일해 감염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감염 가능성이 높은 소아청소년을 돌보는 성인들의 예방접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성인들의 예방접종은 국가 예방접종으로 포함되지 않은 탓에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이 낮아 높은 감염 발생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백일해 감염자 수는 5천228명이었다. 대구는 416명으로 지난달 371명을 이미 넘어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북은 지난달보다 79명 줄어든 226명으로 집계됐다. 20일 현재까지 발생한 백일해 환자 수는 전국 3만5천319명, 대구 1천278명, 경북 1천658명이다.
이처럼 백일해 감염이 폭증하면서 지역의 소아청소년과 의원들도 덩달아 바빠지기 시작했다. 대구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원장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백일해 유행에 대한 말들이 많이 돌다 보니 조금만 기침해도 백일해인지 아닌지 걱정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이미 학교 안에 몇 명 씩 감염됐다는 말을 듣고 나면 학생과 학부모 모두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폭증하는 백일해 유행을 막기 위해 4~6세 때 접종하게 돼 있는 예방백신을 영·유아를 돌보는 성인들도 맞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달 초 백일해로 사망한 생후 2개월 영아의 경우 미처 예방접종을 맞을 생후 개월 수가 안 된 탓에 아기를 돌보는 성인들이 미리 예방접종을 맞고 면역력을 전달해 줄 수 있었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수도 있다는 주장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또 아무리 백신 접종을 했다 하더라도 접종을 받은 어린이의 건강이나 체질에 따라 면역 형성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고학년 나이인 10~12세 어린이와 함께 생활하는 성인들은 함께 백신 접종을 해서 감염 경로를 원천 차단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0일에 열린 질병관리청 호흡기감염병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 1차 회의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백일해 고위험군인 영아(0세) 보호를 위해서는 임신부(27주~36주) 백일해 접종이 가장 중요하고, 영아를 돌보는 가족, 조부모, 돌보미 등도 좀 더 적극적인 접종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다른 대구 시내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는 "백일해 감염 폭증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때처럼 철저한 개인위생 유지와 밀집지역 마스크 착용 등의 방법도 중요하지만 10~12세 백일해 백신 추가접종과 영·유아와 가까이 지내는 어른들의 백신 접종으로 백일해가 걸리지 않는 집단면역 형성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백일해 예방접종이 국가 예방접종이 아닌 탓에 개인적으로 접종을 받아야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백일해 국가 예방접종 대상인 6세까지의 백신 예방접종률은 96.2%로 높지만 성인의 경우 개별적으로 맞다보니 통계자료가 없다.
대구시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에서 임신‧출산진료비 지원사업을 통한 임신부 예방접종을 지속적으로 독려하는 중으로 알고 있다"며 "대구시 또한 현재 각 구·군 보건담당 실무관계자와 대구시교육청 등의 도움을 받아 백일해 관련 예방 대책 회의를 열어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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