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머스크 스타일 '정부효율부', 큰 반향과 큰 반발 예상

효율성 앞세워 "일단 후려치고, 나중에 고치자" 방식
연방정부 기관 대폭 통폐합, 지출도 2조 달러 줄일 것
벌써부터 미국 관료집단의 거대한 반발 움직임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에게 자신의 우주회사 스페이스X를 안내하는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 내정자.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에게 자신의 우주회사 스페이스X를 안내하는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 내정자.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역대 미국 역사상 기업인으로 가장 큰 정부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전부터 당선 후까지 머스크에게 잔뜩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 일각에서는 '공동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머스크는 정부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정부효율부 수장에 내정돼 있다. 비대한 연방정부를 어떻게 효율화할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머스크가 내세운 정부효율부가 어떤 일을 할지 알아보고, 어떤 칼을 휘두를지 예상해본다.

◆효율성 앞세워 "연방정부를 우선 후려치자"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일론 머스크' 책에 나오는 5가지 생산 알고리즘은 머스크가 어떤 인물인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한다 ▷부품이든 프로세스든 가능한 한 최대한 제거하라 ▷단순화하고 최적화하라 ▷속도를 높여 주기를 단축하라 ▷자동화하라

"연방기관이 428개나 필요한가. 들어보지도 못한 기관이 많고, 영역이 겹치는 기관도 많다. 99개면 충분하다."

머스크의 이 발언에는 평소 생산성과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의 가치관이 그대로 녹아있다. 그는 정부효율부의 주된 업무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비대한 조직을 수술대에 올리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이런 머스크의 스타일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의 스타일에 대해 '우선 후려치고, 나중에 고치고'(Slash First, Fix Later) 방식이라고 표현했다.

지난달 트럼프 정권인수팀 하워드 러트닉 공동위원장이 '6조 달러가 넘는 국가 예산 중 얼마를 절감할 수 있겠나'는 질문에 대해, 머스크는 "최소한 2조 달러"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머스크의 연방정부 수술대에는 교육부가 첫 번째가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내내 '연방 교육부 폐지'를 주장한 데다, 머스크도 이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 연방수사국(FBI)을 없애 1만5천명의 특수 요원을 다른 기관으로의 이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 연방정부의 효율성을 강조하며 대대적 감원을 예고한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 내정자. 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의 효율성을 강조하며 대대적 감원을 예고한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 내정자. 연합뉴스

◆재택근무 폐지 "나오기 싫으면 나가라"

머스크는 공무원 감축을 위해 재택근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작은 정부' 개혁을 위한 정부효율부의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인 비벡 라마스와미와 함께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우리 둘은 정부효율부에서 규제 철폐, 행정 감축, 비용 절감이라는 세 가지 주요 개혁을 추진하도록 (대통령에게) 조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 공무원 숫자를 줄이는 방안으로는 '재택근무 폐지' 카드가 나오고 있다. 정부효율부 두 수장은 "연방 공무원들을 주 5일 사무실에 나오도록 하면 많은 수가 자발적으로 그만둘 것이고 우리는 이를 환영한다"며 "사무실 출근을 거부할 경우 급여를 지급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리가 없어진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조기 퇴직자 인센티브 제공 또는 민간 부문 이직을 돕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CNN은 "많은 연방 공무원들을 자발적으로 떠나게 해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구상"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여전히 높은 사무실 공실률로 인해 워싱턴D.C의 경제 활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대비 68% 수준에 정체돼 있다"며 "연방 공무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하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과 UFC 경기장을 찾은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 내정자.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과 UFC 경기장을 찾은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 내정자. 연합뉴스

◆관료집단의 거대한 집단 반발 예상

전 세계 어디에서나 관료 집단이 '기득권 지키기'에 나서면 저항이 거센 데다 쉽사리 물러서지 않는다. 머스크가 본인 기업에서는 마음대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을 상대로 휘두를 구조조정의 칼날은 자칫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벌써 연방 공무원 노조가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요 외신은 "대량 해고를 예감한 연방 공무원 노조가 변호사를 고용하고 대중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중재에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미국 연방 정부에 고용된 직원은 약 200만명으로 이 중 130만명가량이 재택근무를 승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가 어떤 감원 조치를 할지, 연방정부 직원들은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정부효율부 운영과 관련해 현시점에서 지켜볼 부분은 머스크의 실질적인 권한 존재 여부와 크기다. 당초 구상과 달리 위원회가 아닌 부처 형태로 이름은 지어졌으나, 새 부서를 설립하는 법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머스크의 연방 관료제 실험 앞에 정부의 어떤 부문을 표적으로 삼을지, 미 정계에서 이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일지 2가지 변수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악시오스는 "머스크가 주도한 효율성이 필수적인 정부서비스를 방해한다면 인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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