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구청이 관내 도로 공사를 두고 갈등중인 재건축조합이 제기한 7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같은 사안을 다루는 만큼, 지난해 말 확정된 행정소송 판결을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21일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민사1부는 평리6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6구역 조합)이 서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원고 청구 전체를 기각했다.
6구역 조합과 서구청은 지난 몇 년간 서구 관내 도로 '문화로'의 공사 주체가 누구인지를 두고 갈등을 벌여왔다. 이번 소송은 갈등 중 아파트 준공을 위해 일부 공사를 진행한 6구역 조합이 서구청을 상대로 해당 비용과 지연배상금 등 70여억원을 청구한 것이다.
문화로는 평리재정비촉진지구 중심을 지나는 핵심 도로로, 전체 7구역 중 4개 구역 정문이 문화로를 지난다. 당초 경사가 심하고 도로 폭이 20m에 불과한 문화로를 평탄화하고 폭을 26m까지 넓히는 것으로 재정비촉진계획을 잡았지만, 도로 밑에서 고압전선과 상수도관 등이 발견되면서 예상 공사비용이 수백억대로 치솟았다.
서구청과 6구역 조합은 이중 6구역 아파트 단지에 접하는 약 286m 구간의 공사를 두고 대립 중이다. 6구역 조합은 계획상으로 '존치도로', 즉 6구역 조합의 사업 범위 바깥에 있는 문화로는 서구청과 대구시 등 지자체에 공사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구청은 도로 정비 시 직접적 수혜를 입는 6구역 조합이 공사 주체가 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 취지를 설명하면서 먼저 마무리된 양측 간 행정소송 사례를 들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결정을 내리면서 '문화로 공사 책임은 각 구역 조합에 있다'고 판시한 고등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따른 기판력이 이번 민사소송에도 작용하므로, 원고 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다만 재판부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거나 "재판부로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내용이긴 하지만 확정판결이 있는 이상 기판력이 적용된다고 봤다"는 등 선고 내용과 배치되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패소한 6구역 조합 측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선고 직후 김미혜 6구역 조합장은 "변호사와 상의해 곧바로 항소할 계획"이라며 "2심에선 기판력 적용 여부를 중점으로 다퉈 다른 결과를 받아내겠다"고 강조했다.
항소 의사를 전달받은 서구청 역시 추후 재판 대비에 매진할 계획을 밝혔다. 서구청 관계자는 "재판부 판단을 존중한다. 앞으로 이어질 재판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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