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악기 장구를 닮아 '장고분'이라 불리는 영산강 유역의 무덤을 어떻게 지었는지 엿볼 수 있는 흔적이 나왔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전남 함평 마산리 표산 고분군 일대를 발굴 조사한 결과, 장고 모양 무덤의 축조 기술과 제사 흔적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장고분은 하늘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악기인 장고(장구의 원말)를 닮은 무덤을 일컫는다.
시신을 묻는 봉분 주변은 둥글게 쌓고, 앞에 사각형 단을 마련한 점이 특징이다. 영산강 유역에서는 6세기를 전후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총 16기가 확인됐다.
특히 함평 표산 고분군의 장고분은 원형의 무덤 여러 기와 함께 무덤 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매우 주요한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연구소는 "표산 고분군의 장고분은 설계 단계부터 정밀하게 측량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흙을 쌓아 올려 만든 언덕 형태의 봉분을 뜻하는 분구(墳丘)는 직경이 21.5m에 이르는 원의 중심과 교차점을 기준으로 정확하게 구획돼 있었다.
주위에 둘린 도랑의 경우, 직경이 27.5m인 원을 중심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에 따르면 사각형으로 된 부분은 무덤 중심을 따라 네모난 블록 형태로 흙을 쌓은 뒤 이를 기준으로 양쪽에 흙을 쌓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사면 아래쪽은 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차곡차곡 쌓고 점토 덩어리도 섞은 형태였다.
원형으로 된 부분은 돌로 만든 무덤 방(돌방)과 함께 4차례에 걸쳐 축조했는데,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경사지게 흙을 쌓다가 점차 바깥쪽을 높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돌방을 만들기 위해 진입로를 확보한 흔적도 찾았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연구소 측은 "돌방 입구를 폐쇄했다가 다시 파낸 흔적을 볼 때, 무덤의 외형을 먼저 완성한 뒤에 무덤 주인이 나중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도랑에는 표면에 동전 모양 문양이 새겨진 중국 도자기 조각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토기들이 흩어져 있어 고분 위에서 제사 행위를 지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 관계자는 "영산강 유역에 조성된 장고분의 구조와 축조 공법을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소는 조사 과정에서 고분군 서쪽 일대에서 청동기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주거지 7동과 석관묘(石棺墓·돌널무덤)를 찾아 이 일대가 예부터 중심지 역할을 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소는 22일 오후 2시 발굴 성과를 공개하는 현장 설명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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